스타트업 미디어의 현재와 ‘새로운 문필 공화국’의 부활

8 hours ago 3

  • 예전에는 TechCrunch, Hacker News, Fortune Term Sheet 정도만 보면 스타트업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기술의 보편화와 언론의 회의적 시선으로 전통 미디어와 스타트업 간의 내러티브 충돌이 생김
  •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창업자와 빌더들이 직접 서사를 만들고 전파하는 블로그와 뉴스레터 중심의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함
  • COVID 이후 특히 Not Boring, Lenny’s Newsletter, The Generalist, Pragmatic Engineer 등 수많은 창업자/VC/엔지니어 기반의 미디어가 등장함
  • 이러한 현상은 17~18세기 지식인의 서신 네트워크인 ‘Republic of Letters(문필공화국)’와 유사하며, 오늘날에는 이를 블로그, 팟캐스트,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구현하고 있음
  • 우리는 지금 "자격이 아닌 통찰로 평가받는 시대" , 즉 기술 중심의 ‘문필 공화국’ 의 새로운 전성기를 살아가고 있음

Startup Storytelling

  • 기존 미디어 환경의 중심

    • 2013년 무렵 스타트업을 이해하려면 꼭 봐야 했던 매체는 TechCrunchHacker News였음
    • 2014년 VC 업계에 들어서면서는 Fortune Term Sheet가 추가됨
    • 이 2~3개 매체만 봐도 실리콘밸리와 테크 스타트업 지형을 파악할 수 있었던 시절임
  • 테크가 주류가 되기 시작한 변화

    • a16z의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선언(2011)은 기술 산업이 더 이상 틈새가 아닌 보편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
    • 기술이 모든 산업을 집어삼키며, 기술을 다루는 미디어도 '특수'에서 '보편'으로 전환
    • 기술이 주류화되며 언론의 감시 대상이 되었고, 그 흐름은 스노든 폭로(2013)와 Cambridge Analytica 사건(2018)으로 구체화됨
  • 주류 언론의 회의적 시선

    • 언론은 본래 회의적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점차 기술기업에 대한 불신이 표준이 됨
    •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은 2010년대 기술산업까지 확산되었고, 신문 신뢰도는 16% 수준에 머무름
    • Axios, The Information 같은 신생 매체들도 빅테크 이슈와 정치에 초점을 맞추거나, '스타트업 비판'이라는 언론 윤리를 선택적으로 행사하게 됨
  • 기술 서사의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

    • 결과적으로 테크업계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 위해 블로그 생태계를 중심으로 풀뿌리 서사 운동을 시작
    • 이는 점차 ‘탈중앙화된 내러티브 생산 기계’로 발전,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이야기’가 주도권을 되찾음

Birth of The Blogosphere

  • 블로고스피어의 시작과 기술 미디어의 기원

  • 투자계 전통의 글쓰기 문화와 그 영향

    • Howard MarksWarren Buffett은 수십 년간 투자 세계에서 글쓰기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온 대표적 인물
    • 특히 Buffett는 1959년부터 투자 파트너십 시절부터 글을 써왔으며, 지금까지도 연례 서한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 중
    • 기술계 인사들도 Buffett의 글쓰기 방식에서 명료한 사고와 내러티브의 소유권이라는 면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자산 축적 방식은 다름
  • 개인 블로그에서 전문 분석으로

  •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

    • This Week in Startups, Scott Galloway 등은 보다 대중적인 어텐션 기반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위의 전문 분석가들과는 분리해서 평가됨
    • 이들도 기술 미디어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축이었고, 기술 산업 주변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했음
  • 초창기 스타트업 미디어의 모습

    • 첫 10년간 스타트업 미디어는 위대한 개인 블로거들의 글과 소수 전문 미디어, 그리고 TechCrunch, The Information 같은 기술 저널리즘 매체들의 혼합체였음
    • 일부 대형 언론도 때때로 스타트업 보도에 참여했지만 깊이나 지속성은 부족했음
    • 그러던 중, 변화가 시작됨

"Business Is The New Sports"

  • 팬데믹이 촉발한 스타트업 미디어의 대폭발

    •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시간과 여유 자금을 콘텐츠 소비에 쓰기 시작했고, 일부는 단순히 기술을 '읽는 것'을 넘어 직접 '쓰는 것'에 빠짐
    • Packy McCormick의 글 "Business Is The New Sports"는 이 흐름을 정리하면서 자신도 Not Boring을 통해 성공을 거둠
  • 스타트업 미디어 창작자들의 약진

  • 팟캐스트 네트워크의 축적과 폭발

  • 새로운 ‘밈 생산 수단’의 정착

    • "The Meme Economy"라는 표현처럼, 스타트업 내러티브를 만드는 생산 장치들이 자리를 잡으며 창작의 문턱이 낮아짐
    • 기술·자본·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업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짐
  • 전례 없는 기업 스토리텔링의 확산

    • 기존 기자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쓴 이야기들이 중심이 됨
    • 팬데믹 이후의 시대정신 — 낙관주의, 유머, 미국적 역동성 — 과 맞물려 스타트업과 창업가 스토리텔링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짐

The Newfound Republic of Letters

I Need To Speak

  • 팟캐스트의 급증: 말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

  • 벤처캐피털의 미디어화 실험

    • Redpoint: The Logan Bartlett Show → Termsheet Teardown, Unsupervised Learning 등 확장
    • Sequoia: Crucible Moments, Training Data
    • a16z: 기존 팟캐스트 외에도 Turpentine 인수Future.com 출범과 종료를 경험
    • 결론: 콘텐츠 자체보다 ‘의미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확인함
  • 팟캐스트는 줄고 있지만, 테크 분야는 예외

    • 전반적으로는 COVID 이후 신규 팟캐스트 수 감소 중이나, 테크 씬은 오히려 더 말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함
    • 콘텐츠는 과잉되어도, 말할 ‘내용’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음
  • 블로그도 폭발 중: Substack 기반의 서사 확장

  • 콘텐츠의 양적 팽창이 가져오는 흐름

    • 정보의 폭발은 종종 압도감을 주지만, 동시에 아이디어의 경쟁을 가속화
    • 조직들은 점점 더 ‘go direct’를 지향 → 중간자 없이 직접 이야기하는 기술 연습의 장
    • 기술, 낙관주의, 진보 등 믿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은 동기가 미디어 확장의 원동력
    • 단순히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hyperlegibility(초명확성) , 즉 나의 사고방식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과정으로 콘텐츠 생산을 이해함

Pursuing Hyperlegibility

  • Hyperlegibility: 나를 위한 독자를 명확히 타겟팅

    • Packy McCormick는 Hyperlegibility란, 명확함을 넘어서 '오해의 여지 없는' 수준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
    • 단순히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 내 메시지를 알아볼 사람에게 정확히 꽂히는 메시지가 중요함
    •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는 종종 아무 의미 없는 메시지가 되기 쉬움
    • Palmer Luckey의 말처럼, “나의 'ride or die' 1%만 알면 된다” 는 관점이 핵심
    • 진정한 하이퍼레지빌리티는 무작위 대중 대상이 아닌 타겟 집단에게 정확히 도달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
  • For The Vibes: 인터넷은 '진동'의 확장 장치

    • 블로그, 팟캐스트,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우주에 나의 바이브(vibe)를 날리는 행위이며, 그로 인한 우연한 인연과 기회가 본질
    • 과거 Blogger나 RSS 기반의 블로그 구독 시대에도 이 감성은 존재했음
    • COVID 이후, 기술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집어삼키며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식조차 온라인이 지배하게 됨
    • 현실보다 더 많은 친구와 동료가 온라인에서 존재하게 되었고, 이 현상이 진짜 메타버스의 모습
    • “메타버스는 VR 헤드셋이 아니라 바이브오스피어(Vibe-o-sphere)” 라는 통찰은, 성공하려면 이 감도적 영역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함을 말함

Building In The Vibe-o-Sphere

  •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 인터넷상 콘텐츠의 양은 이미 폭발했기에 “굳이 내가 더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감이 많음
    • 하지만 Dwarkesh Patel의 말처럼, “창작의 플라이휠은 청중 성장보다 창작자 자기 자신을 위한 성장에 있음”
    • 콘텐츠 제작은 외부의 반응보다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음
    • 누가 듣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말하고, 만들라는 조언은 결국 스스로의 진화를 위한 것임
  • 단순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밀고 나가라

    • Charlie Munger의 말: "단순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실행하라"
    • Contrary Research는 “모든 비상장 테크 회사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간단한 목표로 시작
    • Founders Podcast는 창업자 전기의 지혜를 꺼내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8년간 지속
    • Arny Trezzi는 Palantir라는 하나의 회사에 집중해 비주류 관점으로 시장을 해석하며 대박 성과를 냄
    • 무엇이든, 작아 보여도 진심으로 파고들면 고유한 기회가 생김
  • 어디서 시작할까? ‘공개’가 아니어도 괜찮다

    • 꼭 Substack이나 X에 공개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님
    • 친구들과의 그룹채팅도 훌륭한 시작점, 사적 공간에서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음
    • Katherine Boyle: “그룹챗은 서로의 생각을 깊이 있게 다듬는 21세기의 토론장”
    • 때론 내가 보고 싶은 생각을 모아주는 한 사람이 전체 대화의 75%를 책임질 수 있음 — 그 사람이 되라
  • 창작자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 a16z는 “VC로 수익화하는 미디어 회사”라는 말처럼, 창작 그 자체보다 연결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
    • TBPN 같은 곳은 광고와 스폰서를 적극 수용해 지속 가능성 확보
    • 반면 Quartz는 수익화 실패로 사라진 사례
    • 내가 추구하는 미디어의 North Star는 무엇인지 스스로 명확히 해야 함 (인지도, 커뮤니티, 채용, 리크루팅, 투자 등)

This Is Personal

  • 스타트업에 빠져든 계기: 이야기의 힘

    • 이 글은 단순한 메모였지만, 쓰는 동안 나의 시작(Root)가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음을 자각하게 됨
    • 계기는 StartUp 팟캐스트였고, 창업자가 팟캐스트 회사를 창업하며 그 과정을 팟캐스트로 다룬다는 메타 설정에 강하게 끌림
    • 투자자 Chris Sacca에게 피치하는 장면, 공동창업자와 협상하는 어려움 등, 진짜 사람들의 서사에 공감하며 빠져들었음
  • 스타트업은 곧 스토리텔링

    • Acquired 팟캐스트를 2015년부터 듣기 시작했고, 글도 계속 써옴
    • Contrary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도 Contrary Research라는 미디어/리서치 플랫폼 구축
    • 결국 창업 미디어의 진화사를 따라가며 느끼는 바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자신의 여정 그 자체였음
  •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 New Republic of Letters의 시대에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낌
    • “이야기로 연결되는 세상”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모든 것
    • 그리고 동시에, 할 이야기는 아직 많고, 써야 할 이야기들은 이제 시작

Appendix

Reinventing Knowledge 요약

  • 핵심 개념: 새로운 지식 제도의 순환

    • 『Reinventing Knowledge』는 서구 문명이 진보하는 원동력으로 기존 지식을 보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회로 전달하는 제도의 발명을 제시함
    • 지난 2,500년 동안 문명은 위기 → 제도 혁신을 반복하며 6가지 지식 제도를 창조해 왔음: 도서관, 수도원, 대학, 연구소, 학회, 인터넷 등
  • 반복되는 5가지 패턴

    1. 위기 → 재창조: 시대의 충격과 기술(파피루스, 인쇄술, 웹 등)이 새로운 지식 전달 구조로 재편됨
    2. 제도 > 개인: 위대한 아이디어보다, 지속 가능한 제도 안에서 자리잡는 평범한 아이디어가 더 오래감
    3. 비용 있는 헌신 구조: 수도원 서약, 교수 테뉴어 등은 잡음을 걸러내고 신뢰를 주는 구조로 작동함
    4. 정보 ≠ 지식: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큐레이션, 토론, 검증, 세대 간 전승을 통해 지식이 완성됨
    5. 현대의 위기: 인터넷은 유토피아적 지식 유통망처럼 보이지만, 검증 없는 콘텐츠 범람으로 지식 기반의 신뢰가 흔들림
  • 스타트업 미디어와의 연결고리

    • 학계나 저널리즘보다 Republic of Letters에 더 가까운 구조
      • Substack, Discord, 개발자 블로그 등은 중앙집중적 캠퍼스보다 네트워크 기반 영향력
      • 글과 대화로 명성을 얻고, 신뢰를 구축
      • 신뢰를 잃은 기존 제도 대신, 기술 커뮤니티가 자체 검증/토론 구조를 만들며 지식을 전파
      • 중요한 건 기존 요약이나 큐레이션보다 신규 지식의 생산 (playbook, 코드, 데모 등)
  • “New Republic of Letters”을 설명하는 10가지 인용구

    1. "Republic of Letters는 원래 우편으로 교류하던 손글씨 편지를 시작으로, 이후 인쇄된 책과 저널로 이어진 국제적인 학습 공동체로 정의될 수 있다."
    2. "이 제도는 전례 없는 수준의 격변적 변화(disruptive change) 에 완벽히 적응된 구조였으며, 새로운 지식의 생산을 기반으로 그 정당성을 확립했다."
    3. "Republic of Letters는 다른 어떤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그 시민들에 의해 운영되었으며, 공식적인 자격증, 학위, 증명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민적 규범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
    4. "이 공화국은 국경을 초월했을 뿐 아니라 세대까지도 넘나들었다. 이는 학자들을 시간을 초월해 연결하는 협력 프로젝트로 명시적으로 간주되었다."
    5. "Republic of Letters의 소통은 실제 대면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참여자들은 서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수십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흔했다. "
    6. "편지 쓰기는 전혀 다른 종류의 미덕들을 강조했다. 예의, 우정, 관용, 너그러움, 그리고 특히 관대함(tolerance) 등이 그것이었다."
    7. "에라스무스는 자신의 편지를 정성스럽게 편집하고 출판함으로써 유럽 최초의 ‘유명 지식인(celebrity intellectual)’ 이 되었다."
    8. "우리가 보았듯, 편지, 책, 박물관은 대학의 여러 실천들을 변화시켰고, Republic of Letters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우산 제도(umbrella institution)로 작용했다. "
    9. "초기 인터넷 개척자들의 '사이버문화(cyberculture)'는 종교에 정치적으로 물든 중세 대학으로부터 벗어난 근대 초 Republic of Letters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10. "이른바 '정보 시대(information age)'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종종 지식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11. 이 인용구들은 분산된 자발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기존의 위계적 구조보다 더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 스타트업 미디어 생태계에 다시 나타나고 있는 역동성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