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방관' 감독 곽경택
주연 곽도원 음주운전 물의
촬영종료 4년만에 내달 개봉
"개봉 연기로 많은 이들 피해
배우 캐스팅에 더 조심할 것
소방관 7명 순직 실화 담아
고귀한 희생 알리고 싶어"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곽 감독은 "음주운전을 국민들이 무섭게 지적하는 것은 (사고가 날 경우) 혼자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나라별로 문화가 다르겠지만 배우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은 마치 음주운전이 남에게 피해를 주듯 주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관 7명이 순직한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을 그린 영화 '소방관'은 2020년 촬영을 마쳤으나, 주연 배우 곽도원이 음주운전을 한 것이 적발되며 개봉이 미뤄졌다. 곽도원은 극중에서 5년 연속 구조 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위를 기록한 헌신적 구조반장 진섭을 연기했다.
앞선 8일 제작보고회에서 "(곽도원이) 밉고 원망스럽다"고 밝혔던 곽 감독은 "스타가 되면 개인의 익명성 등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며 "앞으로 (배우를) 캐스팅을 하거나 (촬영) 현장을 관리할 때 더 조심하려 한다"고 말했다.
곽 감독이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곽 감독 자신이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곽 감독은 홍제동 방화 사건의 유족이나 생존자들의 상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 실화의 뼈대만 갖다 쓰고 대부분의 인물을 재창조했으며 유족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을 때는 창작의 자유가 어디까지 주어지는지가 항상 딜레마"라며 "(사건 관계자 중) 연락이 닿는 분들에 한해서 인터뷰를 했고 그분들의 동의와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 감독은 화재 장면을 촬영할 때도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촬영 현장에 비번인 소방대원들을 모셔 안전과 고증에 힘썼고, 세트가 불에 녹거나 타서 허물어지지 않게 H빔 등 철제 구조를 활용했다.
영화 '친구'(2001)로 한국 영화의 열풍을 이끌고 '태풍'(2005), '극비수사'(2015) 등 범죄액션물을 연출한 곽 감독이 '소방관'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소방관들의 희생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곽 감독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119'를 누르고 소방관의 도움을 받지만 그들은 권력 집단도 아니고 (국민에게) 받는 것이 없다"며 "늘 주기만 하는 그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불 속에서 소방관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곽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그것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여태까지 도전해보지 않은 연출이 필요했다"며 "두 개의 화재 장면 중 빌라 화재에서는 연기를, 영화 마지막의 상가 화재에서는 화염과 붕괴를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인물이 재창조된 '소방관'에도 실제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존재한다. 순직한 소방대원의 작업복을 동료들이 관물대에 보관하는 장면, 병원에 달려온 아내에게 남편이 죽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해 수술 중이라고 동료가 거짓말을 하는 장면 등이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곽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밑바닥 구조가 워낙 튼튼해 그 위에 어떤 집을 지어도 잘 안 무너진다"며 "'소방관'을 본 관객들이 슬픔과 감동으로 영혼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