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조현영 씨(46)는 컴퓨터 키보드 방향키와 탭(Tab) 키를 눌러 웹페이지 내 문자와 사진을 탐색하며 음성 안내를 듣다 이렇게 말했다. 조 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웹페이지를 알 수 있게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이용해 웹페이지를 탐색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보험료 부담체계 개편안’ 등 내용의 이미지가 떠 있었지만 음성 안내는 없었다. 이미지 내용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가 웹페이지에 별도로 입력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국내 주요 정당 홈페이지를 점검한 결과 이런 대체 텍스트 제공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의 정보 접근에 제약이 여전한 것.
●정책 보러 접속했는데…“누락된 이미지”시각장애인인 조 씨와 손지민 씨(43)는 16일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인 ‘센스리더’를 이용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의 홈페이지를 탐색했다. 키보드 방향키를 이용해 웹페이지를 탐색하면 이 프로그램이 웹페이지의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줬다.
모든 정당의 홈페이지에서 텍스트로 된 부분은 문제 없이 읽어냈지만, 보도자료 등의 경우 이미지만 올라와 있어 프로그램이 읽어내지 못했다. 민주당의 홍보자료실의 공약 안내 게시물의 경우 리더기가 파일명과 ‘JPG’ 또는 ‘PNG’ 등 파일 확장자만 읽었다. 파일 이름도 숫자와 알파벳으로만 된 경우가 많아 내용을 추측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정책자료실과 보도자료 게시판은 게시물에 첨부된 원본 파일을 하나하나 내려받아서 읽어야 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추가 공모 결과를 알리는 게시물로 들어가자 ‘누락된 이미지’라는 안내만 나왔다. 첨부된 한글파일이 있긴 했지만, 원본과는 다른 별첨 자료여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웹페이지에서는 정책 안내와 관련한 팝업창이 나왔지만 이미지로 되어 있어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조 씨는 “유권자로서 정보를 얻고 싶은데 대체 텍스트가 없어 확인을 못하다 보니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시각장애인 중 투표가 가능한 18세 이상은 24만4395명.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구의원 등의 선거는 비교적 적은 표로 당락이 갈릴 수 있어 정보 접근성 문제가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대체 텍스트 준수율은 17.1점에 불과
일부 웹페이지가 전자 점자 기능을 제공했지만 활용도는 낮았다. 손 씨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많은데 점자를 새로 익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점자를 해독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전체의 4%에 불과하고, 전자 점자를 이용하려면 수백만 원대 전용 단말기도 필요하다.
결국 이미지를 대체할 텍스트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도 이를 의무 사항으로 판결했다. 지난달 12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시각장애인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결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상품 설명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동일한 의무가 적용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체 텍스트 제공 준수율은 17.1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참정권 보장을 넘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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