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헌팅 No"…한강 몰린 2030, 헤드셋 쓰고 흔들 [발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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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대신 무선 헤드셋 '조용한 파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 900명 '우르르'
"마셔라 부어라 회식 문화 싫어요"
2030 사이 번지는 '비음주 놀이'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클럽 대신 한강이었다. 술과 담배 대신 무선 헤드셋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스피커 대신 헤드셋 속 음악에 맞춰 수백명이 동시에 몸을 흔들었다. DJ가 음악을 틀고 참가자들이 춤을 췄지만, 현장 밖에서는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파티 장소 주변에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 한강을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만 오갔다. 술 없이 남녀노소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한강 무소음 DJ 파티' 현장이다.

이날 파티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가족 단위 참가자 등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담배 냄새 없고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없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술 중심 유흥문화 대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논알코올 형태의 여가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뛰었다…2030은 물론 50대, 외국인까지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헤드셋을 받고 머뭇거리던 참가자들도 어느새 리듬에 몸을 맡겼다. DJ가 분위기를 끌어올리자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뛰기도 했다. 한강공원은 순식간에 작은 록 페스티벌처럼 달아올랐다.

헤드셋에는 EDM부터 팝송, K팝, 숏폼 유행곡 등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빅뱅의 '거짓말', '뱅뱅뱅', 블랙핑크의 '뛰어' 등 익숙한 노래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동시에 노래를 따라 불렀다. 특히 코요태가 부른 애니메이션 원피스 OST가 흘러나오자 2030 참가자들은 춤을 잠시 멈추고 떼창을 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영상=박수빈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영상=박수빈 기자

이날 무소음 파티에 처음 참여했다는 김모씨(22)와 최모씨(23)는 "담배 냄새나 헌팅 분위기가 없어 편하다"며 "술이 기본값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끼리 단체로 참여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부서장 오지연 씨(53)와 사원 채유리 씨(28), 김나영 씨(28), 유다은 씨(28) 모두 같은 팀원이다. 헤드셋을 낀 채 춤을 추던 채씨는 "저희 베스트 프렌드에요!"라고 외치며 웃었다. 부서장 오씨는 "50대와 20대가 함께 할 수 있다. 재밌고, 건전하고, 스트레스 풀린다"며 "마셔라 부어라 하는 회식 문화는 다 꺼려한다"고 했다.

외국인들도 현장을 즐겼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데미 씨(25)는 "지난해 오고 또 왔다"며 "술 강요 없고, 쉬고 싶으면 스탠드에 앉아 쉬다가 다시 놀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안나 씨(22)는 "이탈리아에도 피크닉 식으로 이렇게 비슷하게 노는 문화가 있는데 무소음은 아니다"며 "시원하게 한강에서 해 지는 걸 보면서 놀 수 있는 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술 없는 파티'에 900명 몰렸다…모닝 레이브에 이은 논알코올 문화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한강 무소음 DJ 파티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날 현장에는 9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인 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에 따르면 행사마다 평균 600~8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참가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강 무소음 DJ 파티 릴스 게시물은 조회수 76만회를 찍기도 했다.

주류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여가 문화가 2030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침 시간 술 없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닝 레이브'에 이어, 한강 무소음 DJ 파티처럼 공공장소에서 가볍게 즐기는 형태의 참여형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30 음주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대 음주율은 2020년 64.6%에서 2024년 63.0%로 감소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69.2%에서 65.3%로 내려갔다. 다른 연령대 음주율이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세대 간 '문화변동'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사이에서 '술을 마셔야 친해진다'는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며 "과음이나 강압적인 회식 문화보다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참여형 놀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허 교수는 "코로나19를 어떠한 행동도 이후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사회적 민감성 강해지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발(足)굴단'이 탄생했습니다. 발굴단은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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