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는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가까운 곳에서 쉬는 여행'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고물가와 여행비 부담에도 휴가 수요는 유지되고 있지만 여행 기간을 줄이거나 국내·근거리 여행지를 택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18일 리서치·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에 따르면 '2026년 여름휴가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1.8%가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수치다. 조사는 전국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다.
휴가 출발 시점은 성수기에 몰렸다. '7월 말~8월 초'가 3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8월 중·하순' 21.5%, '7월 초~중순' 21.3%, '9월 이후 늦은 휴가' 10.5% 순이었다.
다만 휴가 기간은 짧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1~2박'이 42.2%로 가장 많았고 '3~4박'도 39.1%를 차지했다. '5박 이상'은 8.9%에 그쳤다. 피앰아이는 전년 대비 '1~2박' 응답이 늘고 '5박 이상'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성수기에 휴가는 가지만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 셈이다.
여행지는 국내가 압도적이었다. 올해 여름휴가로 국내여행을 계획한 응답자는 74.2%로 나타났다. 일본·동남아 등 해외 근거리 여행은 20.8%, 유럽·미주 등 해외 장거리 여행은 2.8%로 집계됐다.
국내 여행지 가운데선 강원도가 33%로 1위를 기록했다. 제주도는 18.9%로 뒤를 이었다. 부산 9%, 서울 5.9%, 여수 5%, 통영 4%, 경주 3.8%, 전주 2% 순으로 조사됐다.
휴가지 선택 기준은 '회복'에 가까웠다. 단일 최우선 기준으로는 '휴식·힐링이 가능한 환경'이 28.7%로 가장 많았다. '비용 대비 효율성'은 22.7%, '접근성·이동 편의성'은 20.7%였다. 새로운 경험이나 이색 체험 가능 여부는 7.3%에 그쳤다. 휴가의 목적이 관광지 방문이나 체험보다 충분히 쉬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비용 부담은 여전히 컸다. 올해 여름휴가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45.7%에 달했다. '보통'이란 응답은 41.3%,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였다.
부담을 키운 가장 큰 요인은 숙박비로 확인됐다. 비용 부담 이유로 '성수기 숙박요금 인상'을 꼽은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던 것. 이어 개인 소득 감소 또는 경제적 불안감은 19.7%,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항공권 가격 급등은 16.2%를 차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9.4%로 뒤를 이었다.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도 여행 계획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66.3%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여름휴가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는 여행지 조정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장거리 대신 근거리 여행지 선택'이 36.5%, '해외 대신 국내 여행으로 전환'이 36.1%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성수기를 피한 이른 일정 조정'은 28.7%, '저비용항공사 이용'은 14.9%로 나타났다. 숙박 등급 하향 조정은 14.1%를 기록했다. 카드사·온라인여행사 할인 쿠폰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8.2%를 차지했다.
휴가 스타일을 묻는 항목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완전한 휴식·힐링'이 54.1%로 절반을 넘었다. '미식·로컬 문화 탐방'은 26.5%, '액티비티·체험'은 10.2%였다. 웰니스는 4.2%, 워케이션은 3.4%로 조사됐다. 특히 40대와 50대는 완전한 휴식 선호가 각각 57.2%, 63.6%를 나타냈다. 20~30대는 미식이나 체험 활동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보였다.
조민희 피앰아이 대표는 "고물가와 여행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휴가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여행 방식과 목적지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올해 여름휴가는 '멀리 가는 여행'보다 '가깝게 쉬는 여행'이 핵심 트렌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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