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나선 신한 … CEO 13명중 9명 교체

지난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을 유임시키며 '안정'을 선택했던 신한금융이 올해는 임기만료 13개 계열사 중 9개의 수장을 교체하는 변화를 선택했다. 특히 새롭게 자회사 사장에 선임된 인사 중 5명을 부행장이나 부사장급이 아닌 본부장급에서 깜짝 발탁해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본부장급이 사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핵심인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그룹 실적 기여도가 확 높아진 신한라이프의 이영종 대표도 연임시키며 안정과 변화의 균형을 맞췄다.

5일 신한금융은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사장단 후보를 추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카드 CEO 교체다. 업계에서는 문동권 대표 연임을 유력하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신한카드가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혁신이 부족하고 성장 모멘텀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점을 경영진과 이사회가 지적했고, 교체가 결정됐다. 대신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박창훈 신한카드 본부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임기가 남아 있던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는 파생상품 관련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다만 자추위에서는 김 대표가 내년 말까지 남아 있는 잔여임기를 채우도록 만들어 내부통제 강화에 '올인'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추위에선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결자해지' 차원에서 내부 발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이선훈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 후보로 추천된 이유다.

이번 자회사 인사에서 유임된 인사는 4명뿐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2년 더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1년이 아닌 2년 추가 임기를 부여한 배경에는 진옥동 회장의 정 행장에 대한 두터운 신임이 있다. 또 그룹 핵심인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 행장은 이자이익은 물론 비이자 이익까지 고루 늘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정착시켰고, 특히 글로벌 부문에서 성장을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라이프의 이영종 사장과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 사장 등 보험 '투톱'도 연임하게 됐다. 이 사장의 경우 뒤처져 있던 신한금융의 생보 부문을 확 키워내며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자산신탁은 이승수 사장이 재선임 추천됐다.

신한캐피탈은 전필환 신한은행 수석부행장이 새로운 대표로 추천됐다. 제주은행은 박우혁 행장의 후임으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이 신규 추천됐고,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는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이 내정됐다.

신한 DS 대표로는 ICT 분야 전문가인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이,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신한리츠운용은 김정남·임현우 신한은행 본부장이 각각 추천됐다. 신한벤처투자의 신임 사장으로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박선배 전무가 내정됐다.

[박인혜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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