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잡겠다고 없는 전시 상황 만들어
실제로 심각한 관련 가짜뉴스도 없어
대적하는 북한에는 밝히지 말아야 할
진실 오히려 파헤치고 사소해도 사과
우리나라 국민이 전시 상황인데도 기필코 법으로 정해진 비닐 봉투에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할 만큼 꽉 막힌 국민이 아니다. 전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법으로 정해진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버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처음에는 쓰레기봉투 사재기가 가짜뉴스에 따른 것인 양 몰아가려는 기미를 보였다. 나프타가 부족하면 쓰레기봉투난이 올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은 가짜뉴스 때문이 아니다.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비서실장이 중동에 나프타를 구하러 간다고 한다.
쓰레기봉투 사재기에 대한 가짜뉴스 몰이가 흐지부지되자 새로 등장시킨 가짜뉴스가 ‘석유 90만 배럴 북한 유출설’이다. 이 대통령 때문에 있는 줄도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던 가짜뉴스를 알게 됐다. 방송이 전해주는 소식을 들어보니 울산 앞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됐고 채굴된 석유가 중국으로 건너간 뒤 다시 북한으로 건너갔다는 내용이다. 정확히는 건너갔다는 것도 아니고 건너갔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다. 이것이 전시 상황 운운하면서 처벌을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가짜뉴스인가. 너무 그럴듯하지 않은 탓에 누가 봐도 가짜가 분명해서 가짜로서의 유용성이 없는데도 대통령이 정색해 가짜뉴스라고 지목하자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얼마 전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가 거래되고 있다는 뉴스가 가짜로 지목됐다. 그 뉴스는 상당히 그럴듯해서 가짜로서의 유용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역시 검증할 근거는 없는 모양이다. 김어준이 뭐라고 지껄이건 전한길이 뭐라고 지껄이건 무책임한 유튜버들이 근거도 없이 지껄이는 것에 진짜와 거짓을 따지기 시작하면 따지는 사람의 머리가 터져 버릴 것이다.다만 가짜뉴스라도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권력자나 권력기관을 향한 것이라면 유튜브 같은 데서는 폭넓게 허용돼야 하며 제도화된 언론에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 허용돼야 한다는 게 우리가 배운 언론의 자유다. 이 대통령은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랑스 혁명에서 비롯된 국민주권의 이상(理想)’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높은 이상의 배후에서 혁명을 추동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대한 악(惡)소문의 90% 이상이 가짜뉴스라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헛소문에도 나름 가치가 있다. 90%의 가짜가 있었기에 10%의 진실이 살아남아 프랑스 혁명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는 전쟁 때 적군(敵軍)이 쓰는 수법이라고 했다. 그런 말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말일 뿐이다. 전쟁에서 가짜뉴스는 적군만 쓰는 게 아니라 아군도 쓰고 심지어는 아군이 자기 국민을 향해서도 쓴다는 걸 최근 우크라이나전이나 이란전에서 우리는 많이 보고 있다. 전시에는 오히려 진실을 밝히면 처벌되거나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란군에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 구출 작전이 시작됐음을 누출한 공직자나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 그런 경우다.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와 전시 상황에 있다면 그 어느 나라는 북한이다. 대다수 국민은 휴전을 사실상 종전으로 여겼는데 굳이 종전이 아니라 전시 중임을 강조한 쪽은 민주당 정권이다. 천안함 폭침 등 천배 만배 더한 공격을 한 북한에 사과를 받아내라고 하자 북한이 사과하겠냐고 퉁친 대통령이 그에 비하면 참으로 별것도 아닌 것으로 북한에 사과했다. 이 정도 되면 역설적으로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전시 중인 나라에서는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할 일이 있다. 진짜 퉁쳐야 할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밝히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밝히고 사과하는 것은 전시 상황도 아닌 데에는 전시 상황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이면서도 진짜 전시 상황이 뭔지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겠는가.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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