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안모씨(43)는 송년회를 하기 위한 식당을 알아보느라 분주했다. 갑작스런 비상 계엄 선포 이후 취소했던 모임을 다시 하기 위해서다
안 씨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친구들 사이 다시 모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미 단체 예약 취소 손님들이 있는 식당이 많아 예약을 잡는 일이 어렵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상 계엄 선포에 탄핵 정국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시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응원하기 위한 메시지를 공직사회에서 내고 기업도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유통 외식업계에서는 연말 특수를 다시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송년회 등의 재개를 독려하는 공지를 사내망에 띄웠다.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을 알리며 “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며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 소상공인들은 연말 특수 대신 후폭풍에 시달려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 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조금은 해소되자 급랭했던 소비심리가 회복될 조짐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사명은 국정의 혼란을 조속히 안정화시켜 국민들께 소중한 일상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경제 부처들에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외식업계에서는 대규모 회식은 아니더라도 삼삼오오 모이는 연말 모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다소 꺾인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연말 마케팅을 모색 중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휴일 매장 방문객이 소폭 늘었다”며 “크리스마스 등 연말 마케팅을 연초까지 이어갈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여행 경보를 발령하며 예약 줄취소를 경험했던 호텔 여행업계에도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숙박예약 취소를 한다거나 관련 문의를 하는 손님들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국내 손님들이 대부분인 뷔페 예약의 경우 취소가 되더라도 금방 다시 (예약이)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