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생보 해약환급금 40조 육박
“불황으로 급전 수요 증가 탓”
# 직장인 김모(40) 씨는 최근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고민 끝에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원금은 커녕 이번 해약으로 500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며칠뒤 가족이 사고가 나서 병원비에 큰 돈이 들어가게 생겼는데 관련 보험마저 해지된 상태였다.
김모씨 처럼 돈 줄이 막힌 서민들이 보험계약을 중도에 깨고, 돌려받은 돈이 올해 들어서만 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규모는 39조3648억원으로 4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1월 5조3034억원, 3월 14조8209억원, 6월 27조1558억원에 이은 급증세다. 이는 3년 전에 비해서는 99.3% 증가한 수치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해지환급금 일부를 미리 빌려 쓰는 제도로 별도의 관련 심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출이 간편해 경기가 나쁠 때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보통 해약환급금의 최대 95%를 대출받을 수 있다.
또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효력상실 환급금’도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생보사 효력상실 환급금은 1조2609억원으로 지난해 1조2128억원 보다 늘었다. 올해 말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효력상실 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 못했을 때 보험사가 해지를 통보하면서 지급하는 금액으로, 비자발적 해지를 뜻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서민들이 십여년 가까이 보험료를 넣고도 당장의 생활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해약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보험계약 해지 건수가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 다음날인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에도 현재 국내 경제를 향한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은은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경제심리 위축 조짐이 뚜렷하다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보험해지전 이것부터 먼저 확인하세요”
보험해약을 하기 전에 먼저 본인이 갖고 있는 보험들을 꼼꼼히 분석, 어떤 선택이 경제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보험은 해약하면 무조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보험료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면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줄이는 ‘감액제도’를 고려해 보자.
계약자가 감액 신청을 하면, 보험사는 감액된 부분의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이로 인한 해지환급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
또 ‘감액완납제도’도 적극 활용하자.
이 제도를 활용하면 감액에 따라 일부 해지된 환급금으로 보험료를 내는데, 이후 보험료를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이는 보험료를 오랜 기간 납입해 해지환급금이 많고, 앞으로 낼 보험료가 크지 않을 경우에 유용하다.
다만, 보험료 감액제도나 감액완납제도 이용 시 보험료 부담은 줄어 들지만 보장내용도 함께 줄어든다.
보험료 납입이 일시적으로 곤란해질 경우 ‘자동대출 납입제도’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는 보험료 미납 시 자동으로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다만, 자동대출 납입제도를 신청했더라도 대출금이 해지환급금을 초과하면 납입이 중단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 미납으로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돼 보장을 못 받을 수 있다.
만약 본인이 가진 보험에 ‘유니버설’ 기능이 장착돼 있다면 보험계약대출 보다 먼저 고려하는 게 낫다.
유니버설기능이 있는 상품의 경우 의무납입 기간이 지나면 해지환급금 내에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 즉 이자를 물지 않고도 급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