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악수'는 단순한 인사를 넘어 유권자와 체온을 나누는 가장 강력한 유세 수단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짧은 접촉이 '홀대 논란'이나 '태도 지적'으로 번지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29일 구포시장 첫 유세 과정에서 이른바 '손털기' 논란에 휘말렸다. 상인들과 악수한 뒤 손을 비비며 무언가를 터는 듯한 모습이 세 차례 목격됐는데 하 전 수석은 "수백 명과 악수를 처음 하다 보니 손이 저렸다"며 무의식 중에 일어난 일임을 강조했다.
하 전 수석의 해명부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까지, 정치권의 악수 잔혹사는 거듭됐다.
◇ 하정우 "손이 저려서" 해명
하 전 수석은 악수 직후 손을 턴 동작이 논란이 되자 "손이 저려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시민과의 악수를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신체적 불편함 때문에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찰나의 동작'이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야권에서 이를 문제 삼아 집중 공세를 펴면서 이에 실망한 민심을 되돌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김정숙 여사, 한동훈 인사 패싱 논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22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쳤다는 이른바 '인사 패싱'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첫 현충일 추념식 행사에 문 전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귀빈 자격으로 참석했고, 한 전 대표도 국무위원 자격으로 자리했다.
내빈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장관이 김 여사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했지만 김 여사가 한 전 대표를 쳐다보지 않고 지나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야권 지지자들은 "지나가는 길이라 못 본 것"이라고 옹호했지만, 여권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기본 예의가 없는 불통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 '진정성 있는 손'과 '패싱'… 찰나가 낳은 단상들
악수는 아니었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노 룩 패스' 사건은 수행원을 보지도 않고 캐리어를 밀어 보내는 장면이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남았다. 이는 유세 현장에서 '상대와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됐다.
박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악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상처 난 손에 대형 반창고를 붙인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훈장'과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들은 "악수는 0.5초 안에 끝나는 짧은 소통이지만, 유권자는 그 순간의 시선 처리와 손의 강도를 통해 정치인의 진심을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정우 전 수석의 사례처럼 의도치 않은 신체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중에게 '거부'나 '홀대'로 읽힌다면 그것 자체가 정치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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