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심장 수술할 의사 없어 ‘서울 원정’… 부산-전북-충남 등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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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소아의료] 〈상〉 무너지는 소아중환자실
수술 가능한 28명중 60세 이상 10명… 전문의 키울 흉부외과는 지원자 최저
수술후 필요한 소아중환자실 부족… 경기도엔 딱 1곳에 병상도 6개뿐
“의사 부족해 병상 확충 꿈도 못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PICU). 회진을 돌던 곽재건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생후 40일 된 이현아(가명) 양의 심전도 결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폐동맥 협착 등 4가지 심장 기형이 동반된 질환을 갖고 태어난 이 양은 생후 30일경 곽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심장 박동이 안정된 것을 확인한 곽 교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병원 PICU에 입원한 17명 중 7명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를 고칠 소아심장 전문의는 전국에 150명도 되지 않는다. 특히 곽 교수처럼 소아심장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는 28명뿐이다.

진료과마다 소아진료 기피가 확산되면서 각 병원 PICU는 신규 전문의를 확보하기는커녕 현재의 인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소아의료 현장이 고사 직전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부산·전북·강원 등 소아심장 수술 의사 아예 없어

14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김영아 소아중환자의학과 교수(오른쪽)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4세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18세 이하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PICU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김영아 소아중환자의학과 교수(오른쪽)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4세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18세 이하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PICU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5일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진료 현장에 남아 있는 소아심장 세부 전문의는 147명이다. 소아심장 세부 전문의는 진단과 시술을 주로 하는 내과와 수술을 위주로 하는 외과 계열로 나뉘는데, 특히 외과적 수술을 하는 소아심장 외과 세부 전문의는 28명에 불과하다.

수도권 밖에서는 소아심장 세부 전문의를 만나기가 더 어렵다. 소아심장 세부 전문의 중 98명(66.7%)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소아심장 수술이나 시술이 가능한 병원도 전국 13곳에 불과한데, 이 중 8개(61.5%)가 수도권에 있다. 부산·울산·전북·강원·충남 등 5곳은 소아심장 외과 전문의가 1명도 없어 수술을 못 하는 실정이다.

소아심장 전문의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147명 중 38명(25.9%)은 60세 이상이다. 신규 전문의 배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들이 65세 전후로 대학병원을 떠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5년 후 아이들 심장을 고칠 의사가 100여 명뿐이라는 뜻이다. 특히 직접 수술을 하는 소아심장 외과는 고사 위기다. 28명 중 10명(35.7%)이 60세 이상이고, 30대는 한 명도 없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소아흉부외과 교수 1명이 사직하면서 3명만 남았다. 60세가 넘은 교수를 제외하고 2명이 번갈아 가며 응급 상황에 대비해 당직을 서고 있다. 신규 전문의 수급 전망도 밝지 않다. 소아심장 세부 전문의가 되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심장 분야를 추가 수련하거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소아 분야를 추가 수련해야 한다. 하지만 소청과와 흉부외과는 전공의 충원율이 가장 낮은 진료과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 차는 전국에 34명, 흉부외과는 11명에 불과하다.

은영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소아심장 등 세부 분과는 위험 부담이 높고, 야근과 당직이 많지만 보상은 적은 구조”라며 “일한 만큼 대우받고 싶어 하는 제자들에게 권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 업무 강도 높고 수가 낮아… 의료진 이탈 악순환

소아심장처럼 모든 진료과에서 소아진료를 하겠다는 신규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PICU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200만 명이 넘는 경기 지역은 PICU가 분당서울대병원 한 곳뿐이다. 그마저도 병상은 6개에 불과하고 전담 전문의 혼자 지키고 있다. 인근 충북, 강원 등에서 오는 환자까지 받느라 병상은 늘 포화 상태다. 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항상 병상이 꽉 차 있어 전원 문의가 와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며 “PICU 병상을 확충하고 싶어도 소아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의료계에서는 권역별 거점병원이라도 최소한의 소아중환자 진료 인력을 확보하도록 보상 구조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 갈등을 겪으며 정부가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했지만 PICU 등 소아의료 인력 이탈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환자를 볼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여서 PICU 병상 확대나 소아 세부 전문의 채용을 꺼리고 있다. 특히 PICU는 입원 환자 5명당 전담 전문의 1명에 대한 일부 인건비만 정부 지원을 받는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PICU 한 곳당 연간 10억 원만 추가 지원해도 최소한의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곽 교수는 “중증 소아 진료를 많이 볼수록 적자인 구조라 채용하는 곳이 많지 않다”며 “후배들이 소아 진료에 뜻이 있더라도 일할 곳이 부족하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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