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KHS에이전시 대표
검사 출신 엔터 전문 변호사
CJ ENM 대표이사 등 거쳐
韓 1호 토털 에이전시 설립
"한과 흥 넘나드는 한국인
엔터산업 가장 잘 할 수 있어"
"우리 민족의 DNA는 '한'이 아니라 '흥'입니다. 고난의 역사 탓에 한이 강조됐지만 한조차 흥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한과 흥의 진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기에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입니다."
강호성 KHS에이전시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한국의 먹거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가 걸어온 길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검사로 6년, 국내 1호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십수 년, 이후 CJ ENM 대표이사와 CJ 지주사 공동대표까지 지냈다. 2023년 말 대표직을 내려놓고 지난해 7월 국내 최초의 '토털 탤런트 에이전시' KHS를 세웠다. 설립 1주년을 맞아 서울 청담동 사옥에서 만난 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30년 가까이 나를 끌고 왔다"고 했다.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일한 강 대표는 외환위기 무렵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들의 법률·언론 대응을 도맡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개념을 처음 들여왔고, 2002년에는 국내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을 차렸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며 "미래의 먹거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외치고 다녔지만, 내부를 들여다 볼수록 국내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눈에 들어왔다. 에이전트법이 없는 한국에서는 유망주 발굴·육성·케어가 본령인 매니지먼트사가 비즈니스 협상과 계약까지 떠안는다.
순익 정산의 정보 비대칭은 불신을 낳고, 스타가 되면 수익 배분이 9대1까지 역전되며, 키운 배우가 떠나면 중소 기획사는 휘청인다. 강 대표는 "매니지먼트사는 계약의 당사자라 중립적 미들맨이 될 수 없고, 그래서 업계의 룰 세팅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1인 기획사 급증도 그 불만이 표출된 과도기적 현상으로 봤다.
그 해법으로 그린 것이 미국식 에이전트 시스템이었지만 변호사 경력만으로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부족함을 느꼈다고 한다. 현업에서 경영을 배우려 2013년 CJ에 들어갔고, ENM 대표 시절 미국 엔데버 산하 콘텐츠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할리우드 모델을 안에서 들여다봤다.
결정적 계기는 한 배우의 죽음이었다. 수사와 보도가 몰아치는 동안 로펌과 PR회사는 따로 움직였고, 이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골든타임은 흘러갔다. 그는 "이때 안 나가면 영영 못 하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다"며 "큰 길은 못 내더라도 오솔길은 낼 수 있고, 시스템은 결국 합리적인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세운 KHS는 5개 전문팀이 계약과 브랜딩, 위기 대응, 글로벌 진출을 한번에 대리한다. 길을 낸 지 1년, 오솔길에는 사람이 모였다. 배우 이영애·최명길·황정음과 가수 바다·옥주현·홍진영, 영화감독 임순례 등 배우·가수·감독·작가를 가리지 않고 개인 클라이언트 70여 명, 제휴 매니지먼트사 20여 곳을 확보했다.
산업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가 빠른 성장의 배경이라는 게 강 대표 얘기다. 진폭이 큰 흥행 사업에는 하방을 받쳐줄 주춧돌이 필요한데, 극장과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디지털 플랫폼이 대체하면서 에이전시가 성장 기회를 얻고 있다는 것. 그는 "이제 흥행의 하방을 받치는 건 팬덤"이라며 "에이전시는 셀럽을 하나의 IP(지식재산권)로 보고 해외 진출, 계약 협상, 홍보, 위기관리 등 전반적인 전략을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으로 팬덤 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스포츠 스타 등 전 직군을 아우르는 토털 에이전시로 나아갈 계획이다. AI 시대에는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가 자기 이미지를 IP 삼아 일하지 않아도 수익을 내는 구조가 열린다고 내다봤다. 그는 "K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가가 위해서는 에이전시 등 인프라를 구축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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