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막…“박근형과 함께하려 했는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공연되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 객석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배우 이순재(90)였다. “건강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좀 나았다”고 했다. 야윈 모습이었으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그가 뉴스1에 이 연극과의 오랜 인연에 대해 들려줬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4번 했다. 초연은 1978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개관 기념 때였다. 공연이 대박이 났다. 내가 1956년부터 연기 생활을 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처음 돈을 받아본 작품이 바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예순다섯이던 2000년에도 이 작품의 주인공 윌리 로먼 역으로 무대에 섰다. 마침 드라마 ‘허준’을 끝내고 연극 한 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고 했다.“서울시극단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의경 프로듀서가 (서울대) 철학과 1학년 후배인데 ‘연극합시다’ 하더라. 작품이 뭐냐고 물으니 ‘세일즈맨의 죽음’이라길래 고민도 없이 오케이 했다.”
2012년에도 관객과 만났다. 당시 공연명은 ‘아버지’. 국내 현실에 맞게 작품을 각색한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4년 뒤 12월,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공연 때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이번 공연 때도 박근형과 더블로 윌리 역을 연기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하다 쓰러져서 결국 포기해 버렸다, 아깝다”고 했다.
왜 그렇게 ‘세일즈맨의 죽음’이 좋을까. “일종의 멜로 드라마 같다. 가족애,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그 기대의 어긋남에서 오는 비극성 등이 뛰어나다.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윌리 대사가 600여 마디 된다, 어려운 연극”이라면서도 “그래도 죽기 전에 또 해야죠”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대표작이다. 평범한 세일즈맨 ‘윌리 로먼’이 대공황이라는 사회 변화 속에서 직업과 가족을 잃어 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비판하며 동시에 가족의 가치를 그린다.박근형·손병호·손숙·예수정·이상윤 등이 출연한다. 오는 3월 3일까지.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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