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 푼도 안냈었는데…'메리츠금융지주' 개미들 '화들짝'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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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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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이 신경 엄청 쓰겠죠."

2024년 4월. 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은 화들짝 놀랐다.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고 배당수입이 입금된 결과다. 세금을 물지 않는 배당제도인 '감액배당'의 결과다.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이 회사 조정호 회장이다.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48.1%를 보유한 조 회장은 당시 배당으로 2307억원을 받았다. 감액배당의 결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일반 배당이었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통해 1037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메리츠금융 사례를 계기 삼아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는 '감액배당'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과세 배당을 반긴다. 하지만 같은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 데 대한 형평성 우려와 대주주의 조세회피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각계 여론을 수렴해 감액배당 과세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감액배당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세청,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과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과세 내용이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담기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 감액분만큼을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으로 돌린 뒤 감행하는 배당이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배당과 달리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받는 배당은 과세 대상 배당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에 따른 것이다. 감액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출자한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만큼 비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감액배당에 따라 주주들이 누리는 배당수입은 상당하다. 통상 배당금은 15.4%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주주들 통장에 지급한다. 예컨대 기업이 1000원을 배당한다면 주주들은 846원을 받는다. 하지만 감액배당의 경우 1000원을 고스란히 받는 만큼 소득세 과세 때와 비교하면 배당수입이 18.2%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배당과 이자 소득이 합계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절세수입이 더 크다. 상장사 대주주가 100억원의 배당을 받을 경우 종합소득세 등으로 48억70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감액배당으로는 세금 한 푼 없이 100억원의 배당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감액을 반기고 있다. 기업은 감액배당으로 보다 과감한 주주환원을 할 수 있다. 감액배당은 상장사 오너일가의 승계자금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 50%에 달하고, 할증 과세까지 적용하면 60%로 치솟는다"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최대 주주는 상당한 현금을 필요로 하는 대주주는 감액 배당을 통해 승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감액배당을 추진했거나 추진하려는 기업들도 늘었다. 감액배당의 정지작업인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기업은 2022년 26곳에서 2023년 36곳, 2024년 71곳으로 불었다.

하지만 세수 결손 상황에서 이 같은 감액배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하다. 같은 배당인데 감액배당의 경우만 비과세하는 데 대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연간 수백억, 수천억원의 배당 수입을 올리는 대주주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업계는 개인이 취득한 주식취득액과 감액배당과 비교해 감액배당 차액(감액배당액에서 주식취득액을 뺀 것)에만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취득액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상대적으로 주식 취득액 파악이 비교적 쉬운 상장사 대주주를 우선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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