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프로 복싱의 새 역사에 도전했던 김예준(33)이 세계 최강의 벽 앞에 무릎 꿇었다.
김예준(오른쪽). 사진=AFPBB NEWS |
김예준은 24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슈퍼 밴텀급(55.3kg) 통합 타이틀전에서 극강의 챔피언 이노우에 나오야(32·일본)에게 4라운드 2분 25초에 KO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김예준의 프로복싱 전적은 21승(13KO) 2무 3패가 됐다. 경기 2주 전 대체 선수로 투입돼 챔피언 등극을 노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또 2006년 12월 지인진 이후 약 18년 만에 한국인 메이저 기구 챔피언 도전도 무산됐다.
챔피언 이노우에는 29전 29승(26KO)의 무패 전적을 이어가며 정상 자리를 지켰다.
애초 이번 타이틀전은 이노우에와 샘 굿맨(27·호주)의 대진이었다. 하지만 굿맨이 눈 주변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이탈하며 세계복싱기구(WBO) 슈퍼밴텀급 11위인 김예준에게 기회가 왔다.
김예준. 사진=AFPBB NEWS |
급하게 투입된 김예준에게 이노우에는 거대한 장벽 같은 존재였다. 이노우에는 프로 권투 4대 기구로 불리는 WBO,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슈퍼밴텀급 챔피언이다. 2022년 4대 기구 밴텀급, 2023년 슈퍼밴텀급 벨트를 통합하며 두 체급 언디스퓨티드 챔피언에도 올랐다.
이노우에는 WBC 라이트플라이급(49kg)을 시작으로 WBO 주니어밴텀급(52.2kg), WBA, IBF, WBC, WBO 밴텀급(53.5kg)과 슈퍼밴텀급 벨트를 모두 허리에 두르며 4체급을 석권했다.
김예준은 이노우에를 설명하는 화려한 수식어 앞에서도 용맹하게 도전했다. 경기 초반 김예준은 이노우에의 움직임을 살피며 신중하게 탐색했다. 이노우에의 압박을 사이드 스텝으로 벗어났다.
2라운드부터 김예준이 이노우에에게 펀치를 허용했다. 몰린 상황에서 이노우에에게 안면과 복부를 연달아 내줬다. 3라운드 들어서는 김예준도 펀치 연타를 통해 반격했다.
이노우에 나오야. 사진=AFPBB NEWS |
이노우에의 펀치에 쌓인 대미지가 점차 김예준의 발놀림을 무겁게 했다. 4라운드 이노우에가 김예준의 보디와 안면을 연달아 때렸다. 김예준은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 이노우에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이노우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김예준의 얼굴에 원투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무릎을 꿇고 쓰러진 김예준은 회복해 일어나고자 했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카운트가 끝날 때까지 일어서지 못하며 김예준의 도전도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