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은 어떻게 눈이 멀어가는가
11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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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기업은 과거의 성장을 이끈 역량을 더 이상 식별하거나 보상하지 못하는 역량 실명(competence blindness) 에 빠질 수 있으며, 좋은 실적에 기대어 이런 상태로도 수십 년간 생존할 수 있음
- 급성장기에 채용 기준을 낮추고 내부 방식만 배운 직원이 다시 사람을 뽑는 과정이 반복되면, 현재의 혼란에 잘 적응하는 구성원만 늘고 신중한 엔지니어링은 발현되지 않는 퇴화 형질이 됨
- 외부에서는 브랜드·마진·인원 증가가 건전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작성자만 실행할 수 있는 빌드 파이프라인과 고참의 상시 대기가 필요한 배포, 낡은 위키가 남아 실적과 기술 기반의 건전성이 어긋남
- 문제를 해결하려 만든 우수성 센터(Centre of Excellence, CoE) 가 표준·템플릿·의무 절차를 중앙에서 통제하면, 실무자의 내재적 동기와 조직 전반에 분산돼야 할 우수성을 오히려 억누를 수 있음
- 진입 장벽이 높은 안정적 시장에서는 낭비와 관료주의를 교정할 경쟁 압력이 약하고, 남은 구성원은 자신도 모르게 환경에 적응해 외부를 상상하는 능력을 잃지만 다른 환경으로 옮기면 억눌렸던 역량이 다시 발현될 수 있음
동굴 환경이 시력을 결정함
- 멕시코테트라(Astyanax mexicanus)는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두 환경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함
- Sierra del Abra의 강에서는 눈을 가진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행동함
- 같은 산 아래 석회암 동굴에서는 눈이 멀고 색소가 없으며 반투명한 모습을 보임
- 두 형태의 유전체는 사실상 동일함
- 동굴 환경에서는 수정 후 몇 시간 안에 수정체 형성 프로그램이 조기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일으킴
- 시각 조직에 쓰일 에너지는 더 나은 후각, 더 깊은 곳에서의 먹이 활동, 먹이가 부족한 해를 견딜 지방 비축으로 전환됨
- 시각 유전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력의 발현이 중단된 상태이며, 같은 물고기도 강에서 부화하면 볼 수 있음
- 멕시코 동굴어는 눈이 사라진 뒤에도 100만 년 넘게 눈 관련 유전자를 유지했으며, 기업에서도 환경에 따라 기존 역량이 발현되지 않는 유사한 현상이 생김
역량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직
- 성공의 기반을 잊은 기업은 채용한 사람에게서 필요한 역량이 더 이상 발현되지 않자, 그 역량 자체를 식별하지 못하는 역량 실명에 빠짐
- 이는 기존 시장의 고객과 마진에 집착하다 실패하는 파괴적 혁신의 전형적인 기존 기업 문제와 다름
- 역량 실명에 빠진 기업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님
- 오히려 이런 상태로 수십 년간 존속할 수 있음
급성장과 채용이 만드는 동굴 개체군
-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인원 목표를 맞추려고 채용 기준을 낮추다가 결국 기준 자체가 사라짐
- 다른 조직에서 일해보지 않은 엔지니어가 내부 방식을 익힌 지 1년 만에 채용 면접에 참여하기도 함
- 비교할 외부 기준이 없어 현재의 혼란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선발함
- 이 과정이 반복되면 선의는 있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의심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조직을 채움
- 이들은 동굴 밖을 경험하지 못했고, 동굴 안의 생활에도 만족함
- 외부에서는 강한 브랜드와 괜찮은 마진, 늘어나는 인원 때문에 회사가 건전해 보임
- 내부에서는 기술 기반이 이미 취약해져 있음
- 빌드 파이프라인은 최초 작성자만 실행할 수 있음
- 배포가 불안정해 고참 엔지니어가 항상 대기해야 함
- 위키는 상형문자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래됨
- 회사의 수치가 여전히 양호하므로 경영진은 기술 기반도 건전하다고 판단함
신중한 엔지니어링의 세포자멸사
- 신중한 엔지니어링 역량은 존재하더라도 투입한 에너지를 돌려주지 않는 환경 탓에 발현되지 않는 퇴화 형질이 됨
- 이 역량을 고집하는 엔지니어는 동굴이 영양을 공급하지 않는 기관에 에너지를 쓰는 셈이며, 제안이 몇 차례 묵살되고 나면 역량의 세포자멸사가 시작됨
- 외부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에게는 문제가 즉시 보이지만, 업계가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인 개선안을 내놓아도 과도한 설계이자 학술적 접근이며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는 답을 들음
- 뒤늦은 유지보수 제안은 기존 인프라를 이어 붙인 엔지니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짐
우수성 센터의 역설
- 조직은 이런 문제에 대응해 우수성 센터를 구성함
- 건강한 기업에서는 우수성이 조직 전반에 분산돼 일상적으로 작동하지만, 동굴형 조직에서는 별도의 프로세스 조직으로 추출됨
- 표준을 작성함
- 템플릿을 강제함
- 의무적인 절차와 행사를 운영함
- 중앙 조직이 통제에 집착하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결과물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내재적 동기가 약화됨
- 우수성을 육성한다는 이름과 달리, 이 조직은 육성해야 할 바로 그 역량을 억제하도록 설계됨
안정적인 시장이 관료주의를 보호함
- 시장 진입 장벽이 매우 높으면 기존 기업은 신뢰할 만한 신규 진입자가 가하는 규율 압력을 받지 않으므로 관료주의를 축적하고 낭비를 감수할 수 있음
-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인 동굴에서는 새로운 눈을 기를 필요가 없음
- 그 결과 스스로 기술 기업이라 부르는 회사가 콘퍼런스에서는 대형 기술 기업처럼 말하면서도, 실제 제품 출시는 1990년대 지역 공공서비스 기업처럼 수행할 수 있음
들어오는 사람과 남는 사람
- 브랜드와 현금은 계속해서 외부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를 끌어들임
- 새로 합류한 엔지니어는 회사가 이전 시기에 축적한 지방으로 버티고 있으며, 어둠 속에서 자신의 기술이 퇴보한다고 느낌
- 일부는 눈이 멀기를 거부해 1년 안에 퇴사함
- 경영진은 명백한 조직적 원인 대신 세대의 변덕, 문화 적합성, 노동시장 등을 퇴사 이유로 삼음
- 남는 구성원에게는 일이 예측 가능하고 급여가 적절하며 내부 게임이 익숙함
- 조직의 게임을 수행하는 법을 익힌 사람에게는 정치도 보상을 제공함
- 시간이 지나면 편안함이 시력을 끄고, 동굴 규칙에 능숙해지는 대신 동굴 밖의 자신을 상상하는 능력은 계속 줄어듦
머무름도 적응의 한 형태임
- 기능 장애가 있는 회사에 똑똑한 사람이 남는 현상은 보통 상황을 묵인한 것으로 해석됨
- Hirschman의 세 가지 선택인 이탈(exit), 발언(voice), 충성(loyalty) 은 여전히 유효함
- 동굴어 비유는 네 번째 가능성을 더함
- 남은 사람은 대부분 자각하지 못한 채 동굴의 압력에 적응함
- 적응이 충분히 진행되면 충성과 구분하기 어려워짐
- 이때 머무름은 세포자멸사가 됨
환경을 바꾸면 시력이 돌아올 수 있음
- 멕시코 동굴어는 눈 유전자를 완전히 잃지 않았으며, 가까운 지표 개체군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볼 수 있음
- 시력을 다시 켜는 것은 물고기가 다음에 헤엄쳐 들어가는 환경의 물임
- 기업 환경에서 억제된 역량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다시 발현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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