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그림자, 몰락의 빛…거장은 어디서 나오나 [화폭역정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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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판 레인의 ‘니콜라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스물여섯의 청년 렘브란트를 단숨에 최고의 초상화가이자 스타작가로 만들어준 출세작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유행하던 집단초상화의 전형을 뒤집은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모든 인물을 일렬로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했던 관례를 깨고, ‘해부시연’ 서사 위에 엇갈리는 시선, 긴장감 넘치는 표정 등을 채워 마치 연극무대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해부대에 오른 시신은 이 강의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암스테르담 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범죄자다. 당시 암스테르담 외과의사 길드는 1년에 단 한 번 공개 해부학 강의를 열 수 있었고 반드시 사형이 집행된 범죄자의 시신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제약이 있었다. 캔버스에 유채, 169.5×216.5㎝. 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네덜란드 헤이그)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1632년 1월 3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광장에 설치된 교수대에서 한 남자가 죽음을 맞았다. 외투를 훔치려다 사람을 죽게 한 강도였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지켜보는 공개처형. 여기서 합리적 추측을 해봄직하다. 반년 전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이 저 군중 어디쯤에 서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렘브란트가 스물여섯 살에 그린 ‘니콜라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는 이 죽음에서 시작한다. 그날 처형당한 사람의 몸이 산 사람들의 지식을 위해 사용됐다. 그림에서 툴프 박사는 겸자로 주검의 왼팔 근육을 들어 올리고, 다른 손은 손가락을 굽혀 그 움직임을 되짚고 있다. 그 주위에는 검은 옷에 흰 깃을 세운 일곱 남자가 모여들었다. 이 그림은 실제로 당시 활동했던 의사들의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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