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환 규제 풀어 달러 확보…고환율에 '외환 정책기조'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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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이 20일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통해 단기 외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으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자 그동안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해온 정책 기조를 180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고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에 육박하는 등 대외안전판이 견고해 외환 규제를 풀어도 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환 규제 풀어 달러 확보…고환율에 '외환 정책기조' 바꿨다

○규제 풀어 달러 유동성 확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이날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콘퍼런스콜을 열어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이 방안은 올해 말 ‘2025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전날인 19일 1450원을 돌파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 2일 0.3395%포인트에서 19일 0.3736%포인트까지 뛰면서 외화 조달비용이 상승하자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외환수급 개선 방안의 핵심은 선물환포지션 한도 확대다.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현행 자기자본의 50%에서 75%로, 외국 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연내 상향하기로 했다. 한도 상향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보유할 수 있는 선물환 한도(외화자산-부채)를 뜻한다. 2010년 10월 급격한 자본 유입 및 단기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통상 은행은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외화를 주고 원화를 빌려오는 거래를 통해 외화자금을 공급한다. 은행이 선물환으로 거래할 수 있는 한도를 늘려주면 은행들의 외화자금 공급 여력이 확대돼 달러 공급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 A은행의 자기자본이 10조원이라면 현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50%인 5조원이다. A은행의 선물환 매수액(자산)과 매도액(부채) 차이가 원화로 환산해 5조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포지션 한도가 차 있으면 시장에서 달러를 추가 매도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도가 75%로 상향되면 A은행은 2조5000억원 상당의 외화를 시장에서 추가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외환당국의 이날 발표가 시장의 심리 안정에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은 지점은 외화를 차입해 국내 채권 투자를 하고 있다”며 “대책이 시행되면 곧바로 현물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화대출 규제도 완화

정부는 외국환은행 거주자들이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 자금에 대한 외화대출을 허용하되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에 제한해 추진할 계획이다. 원화용도 외화대출이 늘면 시장에 외환 공급이 늘어나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원화용도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고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에만 일부 허용해왔다. 원화로 환전하는 외화대출이 늘어나면 원화 수요가 증가해 원화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부족액을 평가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유동성 확충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스트레스테스트도 당초 연말에서 내년 6월로 유예된다.

달러 환전 없이 기존의 결제 체계를 활용해 상대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현지통화 직거래 체제(LCT)도 확대한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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