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올해 3월 퇴직한 A씨가 서울교통공사 감사 자리로 옮기려다 정부의 취업 제한 결정으로 무산됐다. 퇴직 직전 5년간 맡은 업무와 서울교통공사 업무 사이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번 달 심사한 77건 가운데 취업 제한 사유 3개가 동시에 걸린 건 A씨 한 건뿐이다.
3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윤리위는 지난 24일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77건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이날 결과를 공직윤리시스템 누리집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취업제한’ 결정이 12건, ‘취업불승인’이 14건으로 집계됐다. 윤리위의 사전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6건은 관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 ‘취업가능’과 ‘취업승인’ 결정은 각각 45건, 6건이었다.
서울시 사례는 이번 심사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진 건이다. 윤리위는 A씨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제17조제2항 제2호(인허가 직접 관계 업무)와 제6호(법령 근거 직접 감독 업무), 제8호(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 세 가지 사유에 모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통상 한 두 개 사유로 취업제한이 내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대표 산하 공기업이다. 감사 자리는 외부 출신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관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다. 서울시는 본청 출신을 산하 공기업 임원으로 보내는 인사 관행을 두고 시민단체로부터 줄곧 비판을 받아 왔다.
서울시 외에도 정부 부처와 권력기관 출신의 민간·공공기관 직행에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경찰청 총경 출신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고문)와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상임이사)로, 국방부 육군 준장은 ㈜흥찬엔지니어링 전무로 옮기려다 취업제한 결정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직원 2명이 쿠팡㈜ 이사로 가려 한 시도도 모두 막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가스기술공사 임원 출신의 산하·관련 기관 이동도 차단됐다.
‘취업불승인’ 14건에는 굵직한 이름이 다수 포함됐다. 감사원 일반직 고위감사공무원 출신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실장으로 옮기려 한 시도가 무산됐다. 금융감독원 임원 출신의 한국신용정보원장行, 농림축산식품부 고위공무원의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이사행도 불승인됐다. 산업통상부 고위공무원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임원 출신의 한국금속재활용산업협회 부회장 등 협회·진흥회 직행 사례가 줄줄이 막혔다.
임의취업으로 과태료 부과가 요청된 6건은 윤리위 사전 심사 절차를 건너뛴 사례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의무자였던 퇴직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이 퇴직 후 3년 안에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옮길 경우 사전에 취업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윤리위는 ‘이번 발표는 취업심사 결과이며 실제 취업 여부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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