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교육감선거 전국 대진표
광주·전남 통합에도 후보 늘고
진보·보수 단일화 잇단 무산
16개 시도중 14곳 다자 구도
공소취소·동성애 이슈만 부각
AI·교권 보호 공약은 '판박이'
3일 치러지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전례 없는 '다자 구도'로 치달으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으로 전체 선거구는 줄었지만 출마 후보는 오히려 늘어난 데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단일화 전선이 무너지며 선거판이 극심하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58명의 후보가 출마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교육감 선거 당시 17개 시도에서 57명이 출마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거구는 하나 줄었음에도 후보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 후보 난립에 '선명성 경쟁'
특히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7개 시도에서 양자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경기도와 전라북도를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3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해 치열한 다자 구도를 형성했다.
가장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단연 서울이다. 서울교육감 선거에는 무려 8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서울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의 단합, 보수 진영의 분열'이 사실상의 공식처럼 여겨져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며 사분오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진보계열에서는 정근식 현 교육감 외에 한만중·홍제남 등 3명의 후보가 나섰고, 보수는 조전혁·윤호상·류수노·김영배 등 총 4명이나 되는 후보가 나왔다.
현직 교육감이 3선 연임을 마쳐 무주공산이 된 대전교육감 선거 역시 진보 진영의 맹수석·성광진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고, 중도·보수 진영에서는 오석진·진동규·정상신 등 후보 3명이 나와 5파전이 됐다. 이 밖에 최교진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으로 옮긴 세종을 비롯해 전남광주, 강원, 충남, 경남 등이 4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곳들이다. 결과적으로 임태희 현 교육감과 안민석 후보가 맞붙는 경기, 이남호 후보와 천호성 후보가 경쟁하는 전북 두 곳 외에는 유권자들이 한 번 이상 더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진영 내 분열이 심해지면서 선거 양상은 정책 대결이 아닌 이념을 앞세운 '진영 내 선명성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경우 후보들이 선거방송 토론회 등 공식 석상에서 교육 정책보다는 공소 취소 문제나 동성애 이슈 등 민감한 정치·이념적 화두를 놓고 날 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 시도를 했다가도 불복하고 서로를 고소하는 상황 자체가 비교육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는 교육청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동성애 반대 선거 홍보물을 두고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가 다음날부터 입장을 바꿔 동성애 반대 1인시위를 하고, 보수 성향의 종교인이자 정당인이기도 한 A목사를 면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언론사들에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AI·교권 강조…그 나물에 그 밥
선명성 경쟁이 과열되는 와중에 정작 교육감 선거의 본질인 '교육 정책'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각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5대 대표 공약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후보가 '인공지능(AI) 교육'과 '교육 환경 개선'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전체 출마 후보 중 81%에 달하는 47명이 AI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AI로 진학 상담'을 계획하거나, 'AI 학습비서'를 제공하겠다는 후보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판박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학력 제고나 교권 보호 등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해서도 후보 간 차별성이 작은 것은 마찬가지다. 1교실 2교사제나 가초학력을 도와줄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내용 등이 주를 이룬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이념 공방이 격해지면서 후보들이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 서로에 대한 비난에만 골몰하는 상황"이라며 "교육 정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엔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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