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해 보이고, 상해 보이고, 영악해 보이기도 하고. 인간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 ‘호프’를 두고 나홍진 감독(사진)은 “희망들이 충돌하는 영화”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칸의 심장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돼 7분의 기립박수를 받은 이튿날인 18일(현지시간) 칸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나 감독은 “영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칸에서) 프리미어를 처음 해봤는데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다”는 그의 한마디는 냉소적이고, 예민해 보이는 나 감독의 알려진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영화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호프’ 역시 이런 나 감독의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이날 그는 “‘호프’를 ‘착한 영화’라고 생각하며 찍었다”고 했다. 실제로 나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인 ‘호프’는 전작들과 다소 결이 다르다. 늘 작품의 중심에 등장하는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특정되지 않아서다. 영화가 내내 붙들고 있는 것은 선악의 대립보다, 불안과 공포 속 흔들리는 인간 자체에 가깝다. “(각자의) 입장을 살펴보면 누구도 악의가 없어요. 다 이해가 돼요. 그런데 서로의 희망이 충돌하는 거죠.”
시골 동네에 외계인이 나타나 말을 탄 사람과 쫓고 쫓기는 독특한 서사는 폭력과 범죄 같은 일이 왜 벌어지는지를 고민해온 나 감독의 인간탐구 결과물이다. 전작인 ‘곡성’이 무속적인 차원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엔 우주적 공상과학 영역까지 판을 키운 것이다.
나 감독은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엄청난 폭력이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은 불길함이 있었다”며 “‘호프’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커지는가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했다. 주인공 범석(황정민)에 대해서도 “용감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며 “그런 게 그냥 인간 같다”고 부연했다.
‘호프’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스페인 엘 파이스는 “160분간 아포칼립스(종말론)적 액션이 폭주한다”고 했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숨 막히게 우아한 연출”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인디와이어는 “외계인 등장부터 몰입이 떨어진다”며 컴퓨터그래픽(CG)을 혹평하기도 했다.
엇갈리는 평가에도 나 감독은 담담했다. 칸 공식 상영을 “테크니컬 리허설”이라고 표현한 그는 오는 7월로 예정된 한국 개봉 전까지 후반 작업을 진행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집도 손볼까 말까 고민 중인데, 조언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칸(프랑스)=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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