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유예 시한 임박]
8일 유예종료 앞 ‘관세 서한’ 압박
“10%, 25%, 35%, 50%” 콕집으며, “당장 서한 보내 무역협상 끝낼것”
몇몇 국가에 본보기 서한 보낼수도… 韓정부 “유예기간 연장 위해 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무역 상대국들에 “지금 당장 (관세 관련) 서한을 보내고 싶다”며 해당 서한에 이 같은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틀 전에는 “열흘 이내에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했지만 “당장”이라고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한국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정부 고위 인사가 지난달 22일에야 처음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와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8일까지 치밀한 협의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개별적인 관세율을 확정해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또한 강행할 뜻을 밝히면서 한국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 트럼프 “서한 보낼 거고, 그게 무역협상의 끝”… 자동차 관세도 강조최근까지 전반적인 기류는 ‘유예 재연장’ 쪽으로 흐르는 듯했다. 영국을 제외하곤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에서 다양한 국가와 동시다발적 협상을 이어가는 게 사실상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도 ‘재연장’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통상 협상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7일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 협상을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올해는 9월 1일)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가 하려는 것은, 그리고 내가 (관세 유예 종료) 9일 전에 실제로 할 일은, 전 세계 200개국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관세 유예를 연장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또 ‘아직 유예 종료 방침에 대한 명확한 발표는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방금 말한 것처럼 서한을 보낼 것이고, 그게 무역협상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아무리 많은 인력이 있어도 모든 나라와 얘기할 순 없다. 그래서 우리가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서한으로 관세율 등을 정해 통보하면 협상 상대국을 만날 필요도 없이 합의를 끝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서한 발언은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하고 싶으면, 협상에 더욱 진정성을 보이고 미국에 최대한 양보하라는 의도를 담은 ‘협상용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 동안 90건의 협상 달성을 공언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협상 속도 및 성과를 내기 위해, 고강도 관세 폭탄 투하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서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보기’로 몇몇 국가를 지정해 관세 서한을 전격 발송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 중인 ‘자동차’를 관세가 필요한 주요 사례로 언급한 것 또한 한국에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과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협정을 체결할 것을 미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우려한다’는 질문에 “내가 관세를 설정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가 우리에게 35%나 40%의 관세를 매기면, 우리는 그 나라에 35%나 40%로 맞춰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 “관세 유예 기간 연장 위해 최선 다할 것”
한편 상호관세 유예 기간 만료일(8일) 전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짓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협상 실무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3차 기술협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다만, 정부는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최대한 이끌어 내면서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8일까지 관세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국가들은 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하거나 상호관세를 부과 받은 채 협상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나더라도 미국발(發) 관세전쟁 이전 수준으로 관세율을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고관세 카드라는 ‘뉴 노멀’(새로운 표준)에 대비한 길을 찾는 데 협상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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