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다. 먼저 2억9000만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시장의 크기와 작가층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굴곡진 근현대사, 사회 곳곳에 남은 모순도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장점으로 간주된다. 그만큼 작가들이 작품으로 풀어낼 사연이 많다는 뜻이라서다.
서울 삼청동 백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단체전 ‘미닛츠(Minutes)’는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떠오르는 젊은 작가 다섯 명을 소개하는 전시다. 서울과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지점을 두고 있는 백아트는 이때까지 한국 미술을 인도네시아에 소개해 왔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뒤집어 인도네시아 미술을 가져왔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주제는 익숙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가들은 가부장제와 가정 폭력의 그림자, 불안정한 사회가 남긴 상처, 부모와 부딪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 등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여성과 사물을 그리는 디안 수치(41)는 작품을 통해 여성의 몸을 짓누르는 인도네시아 가부장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 바탕에는 가정 폭력을 겪고 싱글맘으로 홀로 선 작가의 경험이 깔려 있다. 그는 올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가 여성 작가에게 주는 미술상을 받으며 글로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캔버스에 볼펜으로 한 올 한 올 쌓아 올린 윈디 아프리아니(39)의 그림은 가부장적인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작가가 받는 억압을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리즈카 아지자 하야티(30)는 부모와 함께 떠난 40일간의 이슬람 성지순례를 모티프로 작품을 만들었다. 쇠가 녹슬 때 생기는 녹을 천에 입히는 작업 방식으로 가족 사이의 거리와 틈을 표현했다.
자신의 성(性)을 주제로 삼은 찬드라 로셀리니(31)의 목탄 드로잉, 종이 대신 석고 위에 찍어낸 헨리에트 루이즈(45)의 판화도 주목할 만하다. 관람은 무료, 전시는 7월 1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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