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이 단기간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은 비중 조절 이슈로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가고, 시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가는 시장으로 바뀌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 국내 증시는 이런 극심한 변동성을 계속 보여줄 겁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사진)는 4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수가 하루에도 4%, 5%씩 변동폭을 보여주는 장세가 일상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변동성은 계속해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투자 2세대 선구자인 강 대표는 20년간 자산운용사 대표이자 업계 최연소 최고투자책임자(CIO)로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가치투자에 기반을 두면서도 성장주에 주목하는 유연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 펀드대상 '올해의 펀드매니저' 상을 받은 운용업계 대표 리더 중 한명이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수가 마치 종목처럼 움직인다. 증시가 이래도 되나.
"지금의 변동성은 필연적이다. 올해만 코스피가 100% 가까이 올랐다. 이 정도로 오르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진다. 매도 압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글로벌) 다른 시장은 상승률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 배분이 필연적인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에선 (국내 주식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비중 조절 의무 때문에. 그래서 시장 자체가 주식 변동성을 꾸준히 견디는 투자자들은 줄고 개인 수급이 짙어진다. 오르든 내리든 방향성과는 무관하게 지수 자체가 하루에도 4~5%씩 오르내리는 장세는 앞으로 다년간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도 어쩔 수 없이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때문에 거꾸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싼가.
"과거엔 반도체가 주로 PC, 모바일에 탑재됐기 때문에 소비자 사이클(시클리컬)이었다. 그데 이제는 소비 주체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빅테크들이다. 장기계약, 주문형이다. 과거와 산업구조가 달라졌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R)이 6~7배다. 인공지능(AI) 토큰 수요 자체가 저평가돼있다. 산업혁명과도 같아 투자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열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피크(고점)를 논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싸다. 거품이 꺼진다고 해도 끝까지 반도체를 사는 게 현명하지 주변부(비주도주)를 사는 건 위험하다.
▷코스피 강세장인데 하락 종목이 더 많을 정도로 반도체 쏠림이 심하다.
"가격 불균형이 큰 시장에선 항상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반도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주변부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기 PER 60~70배인데 이게 맞나. LG이노텍도 마찬가지다. 실적 호황은 맞다. 그렇더라도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보다 더 우수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나. 광통신, 가스터빈 관련주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AI 인프라 구축 사이클과 다 같이 연동된 것인데. 반도체 사이클이 끝나면 (강세장이) 같이 끝나는 거다. 여전히 코스피 이익 체력은 견고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싸 보이지만, 국내 증시 안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불균형이 너무 심한 게 더 큰 문제다."
▷하반기에 어떤 주식에 관심 가져야 할까.
"내수주(株)다. 한국은 긴축재정을 상대적으로 오래 해와서 안정적인 상황이다. 하반기부터는 재정이 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내수 성장 엔진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 내수경제는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들의 예상 이익 규모가 우리나라 거의 1년 예산 급이다. 여기에서 흘러나온 성과급들이 내수 호황에 온기를 퍼뜨릴 수 있다. 내수주 다음은 지주사 주식들이다. 자산보유 규모가 시가총액보다 더 큰 기업들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데 대표적인 곳들이 지주사들이다.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년에도 미국보다 우리 증시가 더 나을까.
"지난해 우리 증시를 연간 기준으로 집계해보면 신규상장, 증자, 전환사채(CB) 등 새로 발행된 주식 수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규모가 더 컸다. 건국 이래 코스피 주식 수가 감소한 첫해다. 주주환원의 규모가 지분가치 희석의 폭보다 더 컸다는 의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반대로 가고 있다. AI 투자로 구글과 메타가 역대급 증자를 했고, 스페이스X가 신규 상장하면서 전체 주식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앤트로픽과 오픈AI도 대기하고 있다. 주식을 팔아서 주가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주식을 엄청나게 찍어내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있다. '국내 주식은 오래 들고 있으면 안 된다', '단타가 유효하다' 이런 말은 이제 미국 시장에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이제 은퇴자산이나 연금 자산에도 꾸준하게 묻어둘 수 있는 그런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미 중앙은행(Fed)에서 인플레이션 때에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신호가 거듭 나온다. 반대로 시장에선 당분간 금리인상 쉽지 않을 거라는데.
"어차피 금리에 민감한 건 밸류에이션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랠리가 아니라 이익에 기반한 랠리다. 그래서 당장은 덜 민감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부담에 미국 빅테크들 쪽에서 자본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한국기업 이익 사이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별개로 더 큰 문제는 일본이나 유럽같이 정부 부채가 심각한 나라들이다. 일본은 지금도 전체 예산의 20%를 이자 내는 데만 쓴다. 국채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예산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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