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 심사대에 오른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CXMT가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메모리 경쟁력을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발 공급 확대가 중장기 D램 수급과 가격 흐름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업계도 지켜보고 있다.
中 D램 굴기, IPO 초읽기
21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는 오는 27일 '2026년 제27차 상장심사위원회 심의회의'를 열고 CXMT의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거래 시장) 신규 상장 안건을 심의한다.
CXMT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해온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67%로 세계 4위 수준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가 여전히 세계 D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XMT는 베이징과 안후이성 허페이 등에서 12인치 D램 웨이퍼 공장 3곳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IPO 심사는 CXMT가 자본시장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전환,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범용 D램 수급 변수로 부상
중국 관영 CCTV 재경 등에 따르면 CXMT는 지난해 연간 기준 처음으로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고, 주요 업체들의 생산능력 배분이 조정되면서 D램 가격이 상승한 영향도 받았다.
CXMT의 1분기 매출은 508억위안(약 11조2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13% 증가했다. 순이익은 330억1200만위안(약 7조2890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은 247억6200만위안(약 5조4674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환산은 이날 시중은행 고시 환율 기준 위안당 220.80원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연산 수요 증가와 D램 제품 공급 부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가격 상승세가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황 반등기에 D램 가격 상승효과가 실적으로 직결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CXMT의 상장이 중국 메모리 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최근 IPO 절차에 돌입했다. CXMT의 IPO 모집 예정액은 295억위안(약 6조5136억원)이다. 조달 자금은 웨이퍼 생산라인 확충과 D램 기술 업그레이드,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CXMT의 기술 수준과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CXMT가 당장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선단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과 정면 경쟁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범용 D램과 중국 내 모바일·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XMT의 IPO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장비·소재·메모리 등 핵심 공급망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CXMT 상장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국 메모리 산업의 체급을 키우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IPO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선두권을 향한 추격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D램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공정 전환이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중국이 자본을 앞세워 생산능력을 키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송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을 성장 기회로 보고 IPO를 하나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는 대규모 공장과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문 교수는 "한국이 하드웨어 중심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는 한 중국의 추격을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글로벌 톱티어 기업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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