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2배열차' 출격 … ETF 쩐의 전쟁 시작됐다

2 days ago 6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 동시 상장 … 자산운용사들 고객 잡기 올인
규모의 힘 내세운 삼성운용
초기 설정액 2.4조원 '최대'
ETF 규모 클수록 거래 활발
낮은 보수 내세운 미래에셋
0.09% 업계 최저 수준 설정
경쟁 업체들도 앞다퉈 낮춰
투자자들은 '변동성 주의보'
증시 횡보장땐 수익률 뚝뚝

사진설명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코스피 8000 시대를 이끈 '반도체 투톱'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출시 전후로 투자자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8개 자산운용사가 총 16개 상품을 같은 날 동시 상장한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14종에 달해 시장 선점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을 동시에 상장했다.

전체 초기 설정 규모는 4조원이 넘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어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상품 사전 교육을 수료해야 하는데, 이미 상장 전날까지 수료자가 13만명을 넘어섰다.

업계 관심은 일단 국내 ETF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맞대결에 쏠리고 있다. 양 사는 상품 출시 하루 전날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자의 전략과 차별점을 공개했다. 단순 상품 설명보다는 사실상 초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양 사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유동성'이다. 단기 매매 비중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매수·매도 호가가 충분하게 형성돼 원하는 가격에 즉각 거래가 체결되는지가 중요하다. 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벌어지거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iNAV) 간 괴리율이 커지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자산운용은 '규모의 힘'을 전면에 내세웠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초기 설정액은 각각 1조665억원, 1조3665억원으로 경쟁사 가운데 가장 크다. 여기에 지정참가회사(AP) 25곳과 유동성공급자(LP) 15곳을 확보하며 업계 최다 수준의 유동성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레버리지 상품은 결국 유동성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유동성이 작은 상품은 순자산가치 대비 적정 가격보다 불리하게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시 대응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설정·환매 구조에서도 차별화를 강조했다. 현물 주식을 직접 주고받는 '현물 납입형'을 도입해 거래비용과 추적오차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운용사가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증권거래세와 중개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외국인 자금과 낮은 보수를 앞세워 맞불을 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상품 상장 규모 가운데 약 3290억원을 외국인투자자로부터 유치했다고 밝혔다. TIGER ETF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초기 거래 활성화와 풍부한 유동성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상장 첫날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하면서 높은 유동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경쟁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격적으로 나섰다.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총보수는 연 0.0901%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비 소폭 높은 보수를 책정했던 다른 운용사들도 상장 직전 0.0901%로 보수를 낮추며 경쟁에 가세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총보수는 연 0.29%로 최고 수준이다. 현물 납입형을 선택한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펀드 설정·환매를 현금으로 진행하는 '현금 납입형' 구조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물과 선물을 혼합하는 구조로 ACE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리즈를 완성했다. 안정적인 운용과 추적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물을 일부 편입하는 운용 방식을 통해 선물 시장 수급 영향이나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물을 편입하는 만큼 분배금 지급도 계획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품 출시가 국내 레버리지 ETF 시장 판도 자체를 바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ETF 시장은 코스피200 등 지수형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삼성자산운용이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개별 종목 중심 상품이 본격화되면 테마형 ETF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들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에 추가 수급 유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TF 자금이 유입될 경우 운용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선물을 함께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동성 확대 우려도 적지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다. 방향이 맞으면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 역시 빠르게 불어난다. 특히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횡보장에서는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기초자산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ETF 수익률은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가격제한폭도 일반 ETF보다 훨씬 크다. 국내 주식의 가격제한폭이 ±30%라는 점을 고려할 때,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까지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초기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자금 유입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경우 장 마감 직전 수급 왜곡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김지희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