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로봇·휴머노이드 전용 배터리 개발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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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다용도 로봇 및 휴머노이드에 들어갈 고성능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뜨는 시장’인 로봇·휴머노이드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한두 시간에 불과한 배터리 사용 시간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2032년 660억달러(약 94조4900억원) 규모로 커질 휴머노이드 시장을 놓고 글로벌 로봇기업과 배터리업체 간 동맹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휴머노이드 시장 위한 합종연횡 이어져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가 개발하는 고용량 배터리를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로봇에 적용해 충전 및 방전 성능, 사용 시간, 수명 평가 등을 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공급할 배터리도 공동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는 지속 시간이 짧은 만큼 ‘전기 먹는 하마’인 휴머노이드에는 무용지물”이라며 “업체마다 로봇의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2026년 휴머노이드 양산을 선언한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았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 등이 내년에 나오는 2세대 옵티머스에 장착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최대 로봇기업 유비테크와 최대 전기차·배터리업체 비야디(BYD)로 구성된 ‘팀 차이나’도 휴머노이드 전용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 8시간 이상 가동할 에너지 필요

삼성·현대차, 로봇·휴머노이드 전용 배터리 개발 손잡았다

“옵티머스, 물 좀 갖다줄래.” 공장 직원이 말을 건네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눈과 손은 선반으로 향했다. 옵티머스는 어지럽게 놓인 여러 물건 중 물병만 콕 집어들더니 말을 건 이에게 갖다줬다. 출출하다는 직원에겐 과자를 들이밀었다. 테슬라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이 영상은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3대 숙제’ 가운데 두 가지인 인공지능(AI)과 정밀 센싱 기술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은 과제는 배터리다. 아무리 좋은 ‘머리’와 ‘감각’을 지녀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장식품에 그쳐서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 현대차그룹이 삼성SDI와 로봇에 장착할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모델 ‘아틀라스’의 배터리 용량은 3700Wh다. 단순히 걷는 정도면 4시간 이상 구동할 수 있지만 AI를 돌려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나 무거운 짐을 드는 작업에 투입하면 1시간도 못 가 멈춘다. 테슬라 옵티머스 1세대의 용량은 이보다 못한 2300Wh다. 피규어AI의 ‘피규어02’(2250Wh)와 중국 1위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의 ‘워커S1’(2000~3000Wh 추정) 등도 마찬가지다.

휴머노이드가 한 명의 ‘일꾼’을 대체하려면 시간당 2000~3000Wh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 AI는 물론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돌려야 할 뿐 아니라 구동모터, 무선통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성능이 좋아질수록 전력 소모량은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삼성’과 ‘테슬라-LG에너지솔루션’ ‘유비테크-BYD’ 등은 휴머노이드 상용화 시점인 2030년 전까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두세 배 끌어올리는 데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휴머노이드 특성상 자동차에 비해 공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작고 힘센’ 배터리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1시간 일하고 충전 스테이션으로 가야 하는 휴머노이드를 누가 사겠냐”며 “고성능 배터리를 먼저 확보한 업체가 휴머노이드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배터리 관건은 폼팩터·소재…46시리즈 넘어 전고체 배터리 주목
에너지밀도 30% 높은 46시리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

현대차의 다목적 로봇 달이.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다목적 로봇 달이. 현대차 제공

◇ 46시리즈 거쳐 전고체 배터리로

휴머노이드 배터리의 관건은 폼팩터와 소재다. 현재 배터리로는 휴머노이드를 제대로 가동하기에 제약이 크다.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로봇 기업과 배터리 업체가 휴머노이드 시장을 잡기 위해 먼저 내놓는 건 46시리즈인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이다. 같은 크기의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30% 높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은 올해 본격적으로 46시리즈를 생산한다. 향후 1~2년간 출시되는 휴머노이드에는 46시리즈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4680 배터리를 내년에 내놓을 옵티머스 2세대에 장착할 계획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이 최대 8600Wh까지 증가하는 만큼 일하는 시간을 두세 배 늘릴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배달 로봇 ‘모베드(MobED)’ 등에 삼성SDI의 로봇 전용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뒤 성능을 더 높여 아틀라스에 46시리즈 등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을 돕고 있다.  현대차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을 돕고 있다. 현대차 제공

다만 46시리즈로도 휴머노이드 상용화는 무리다. ‘게임의 법칙’을 바꿀 제품은 수년 뒤 상용화할 전고체 배터리다. 이 배터리를 활용하면 에너지 용량을 2만Wh 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서다. 사람처럼 8시간 연속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 선두 주자는 2027년 양산 계획을 세운 삼성SDI다. 중국 BYD 등도 휴머노이드에 쓸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는 리튬에어 배터리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이온 대신 주변 산소를 이용하는 배터리인데, 현 배터리보다 열 배까지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무게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배터리 회사들이 초기 개발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연구실에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배터리여서 상용화가 불투명하다. 상용화가 가능하더라도 203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양산에 성공한다면 한 번 충전으로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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