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존재이며, 삶의 큰 격변은 이 과정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내가 결국엔 이 모든 과정을 겪어내고 지금 이 순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건넨다."
신간 '애프터 체인지'에서 저자 마야 샹카르가 건네는 위안이다. 우리는 흔히 지금의 나를 완성형으로 여긴다. 과거에 얼마나 변했는지는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얼마나 더 달라질지는 한사코 과소평가한다. 저자는 이 착각을 깨는 데서 회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변화 앞에서 무너지는 이유도, 일어서는 길도 결국 '나는 더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내려놓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이올린 거장 이츠하크 펄먼의 제자로 카네기홀을 꿈꾸던 소녀는 단 한 번의 손가락 부상으로 평생 바쳐온 세계를 잃었다.
"바이올린을 켜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잃은 것이 '나 자신'이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하나의 역할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좌절을 발판 삼아 예일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 사회·행동과학팀을 만들었고 구글 글로벌 행동경제학 수석 디렉터에 올랐다.
저자는 무너짐과 회복의 차이를 '정체성의 함정'으로 설명한다. 특정 직업이나 관계를 곧 자신이라 믿다가 그것이 흔들릴 때 자아 전체가 무너지는 충격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잃는 것은 '내가 나라고 믿어온 하나의 역할'일 뿐이며, 나를 움직여온 본질적 가치는 새로운 현실 위에 다시 심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설득력을 더한다. 운동선수로 뛰던 중 거대한 뇌간 뇌졸중을 겪은 대학생 올리비아, 32년을 함께한 남편의 외도를 우연히 알게 된 작가 플로렌스 윌리엄스까지. 100시간이 넘는 인터뷰와 인지과학 연구를 겹쳐, 삶의 궤도가 틀어진 그 지점이 오히려 숨은 가능을 여는 계기가 됨을 보여준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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