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문장이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직원들도 그만큼 더 보상받는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제도화 단계에 들어가면 얘기가 꼬일 수 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을 '성과급 지급 전 금액'으로 볼지, '성과급을 비용으로 뺀 뒤 금액'으로 계산할지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수조원대 차이를 나타낼 수 있어서다.
'영업익 N%' 성과급 비용 반영 여부 따라 차이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 이날 노조 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했다.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책 '정서적 연봉'·'공정한 보상' 저자인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리멤버 커넥트'를 통해 이 같은 산정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회계상 쟁점을 지적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노사가 받아들이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문제는 성과급의 성격. 회사 입장에서 성과급은 '비용'이다. 직원에겐 보상이지만 회사 회계장부에선 인건비 성격의 비용으로 처리된다. 비용이 늘면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성과급을 빼기 전 영업이익이 100억원이라고 해보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준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성과급은 10억원이다. 하지만 성과급 10억원을 비용으로 빼면 회사의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준이 '성과급을 뺀 뒤 남은 영업이익의 10%'이 된다면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성과급을 10억원으로 잡으면 남은 영업이익은 90억원이 되므로, 이 기준에서 10%는 9억원. 그러면 성과급은 10억원이 아니라 9억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성과급을 다시 9억원으로 고치면 계산은 또 달라진다. 100억원에서 9억원을 빼면 남은 영업이익은 91억원이다. 91억원의 10%는 9억1000만원. 앞서 계산을 통해 도출한 9억원보다 1000만원이 더 많다. 이에 따라 성과급을 다시 9억1000만원으로 바꾸면 남은 영업이익은 90억9000만원이 된다. 이 금액의 10%는 9억900만원. 성과급을 반영한 영업이익의 10%와 실제 지급될 금액이 일치하게 된다. '영업이익 10%' 방식을 따를 경우 성과급 재원은 10억원이 아니라 9억900만원이 되는 셈이다.
영업이익이 커지면 금액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00조원으로 성과급 차감 전 영업이익의 10%를 기준으로 하면 성과급은 30조원이다.
하지만 앞서 계산한 방식대로 성과급을 뺀 뒤 남은 영업이익의 10%를 산정 기준으로 할 경우 결과는 달라진다. 이 같은 조정 과정을 거치면 성과급은 300조원이 아니라 약 27조2727억원이 된다.
결국 같은 "영업이익의 10%"라는 표현이라도 성과급 차감 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30조원, 성과급 차감 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약 27조2727억원이 되는 것이다. 차이는 약 2조7273억원에 이른다. 산정 기준에 따라 수조원 규모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영업익 기준 성과급 한계 있어…노사 해석 차이 가능성도
실제 기업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엔솔은 2023년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냈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이익은 1조5000억원가량으로 낮아졌다. 회사는 AMPC처럼 정책 효과에 따른 영업이익은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경영 목표에서 제외했다.
이 조치로 경영 목표에 따른 성과급이 기본급 대비 평균 870%(2022년 기준)에서 362%로 쪼그라들었다.
직원들 입장에선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도 성과급이 기대보다 낮게 책정된 셈이다. 직원들 불만이 커지자 당시 경영진은 부랴부랴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진화에 나섰다. 영업이익을 놓고도 "재무제표에 잡힌 영업이익"으로 볼지, "회사가 실제 경영 성과로 인정하는 영업이익"으로 계산할지에 따라 적지 않은 금액 차이가 난 것이다.
LG엔솔 사례의 경우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삼성전자와 같지는 않지만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 제도의 취약점을 보여준다. 영업이익은 외부에 공개되는 숫자라 투명해 보일 수 있다. 다만 그 안에 세액공제, 보조금, 일회성 손익, 회계상 조정 항목이 섞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과급 기준으로 삼을 영업이익에 무엇을 넣고 뺄지 정하지 않으면 실적 발표 이후에도 노사 간 해석이 충돌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회계기준 변화도 또 다른 변수로 꼽았다. 내년 도입 에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8)이 적용되면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손익을 표시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노사 합의서에 단순히 "영업이익의 N%"라고만 적어두면 회계기준 변경 이후 어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해석상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신 교수는 "기존의 영업손익은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된 손익으로 한정됐다면 새로운 영업손익은 전체 손익 중 투자, 재무 등에 속하지 않는 모든 잔여범주의 손익"이라며 "노사합의된 규정에 '영업이익의 N%'로만 써 있으면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의 정의가 바뀌어 성과급 풀이 의도치 않게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재무회계상 영업이익도 회사의 재량과 판단이 한층 더 커지게 된다"며 "앞으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이런 이슈들을 꼼꼼하게 고려해서 제도와 원칙에 반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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