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수장 교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차량) 등으로 업계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하면서 이를 타개하려는 생존 전략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최고경영자(CEO)가 5명 중 1명꼴로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헤드헌팅 업체인 사바나는 “최근 12개월 동안 상위 50대 자동차 회사 중 11곳 수장이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우고 내려왔다”면서 “스텔란티스, 볼보, 닛산, 루시드 CEO 교체가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과 2023년에 자동차 업체 CEO 교체 사례가 각각 3명, 4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부터 추세가 달라진 셈이다.
CEO 교체가 빈번한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67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낸 닛산은 지난 3월 우치다 마코토 CEO를 해임하고 이반 에스피노사 CEO를 선임했다. 그는 취임 후 한 달 만에 본사 건물 매각, 2만명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한때 일본 자동차 기술력의 대표 격이었던 닛산은 201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전환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최근 출하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카를루스 타바르스가 사임했고, 후임자인 안토니오 필로사가 이달 28일 CEO직에 올랐다. 스텔란티스는 당초 외부 인재들을 고려했지만 결국 내부에서 CEO를 찾았다. 필로사 CEO는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지난 2월 피터 롤린슨이 사임한 뒤 아직 새로운 CEO를 찾고 있다.
크리스 던킨 사바나 매니저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전반의 리더십 교체를 살펴보면 현재 차량 업계의 변동성과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CEO를 찾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과거와 같은 전통적 제조사가 아니라 첨단기술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이 자동차 부문 이외의 기술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냥 외부 인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내연기관 중심의 내부 사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다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시킬 전략까지 갖춘 리더십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볼보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던 전직 사장 하칸 사무엘손을 3년 만인 지난 3월 다시 불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