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한은은 지금처럼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과도하면 ‘네덜란드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놨다. 1959년 흐로닝언 지역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한 네덜란드는 막대한 외화를 손에 쥐자 제조업 경쟁력 유지는 뒷전으로 미뤘다. 그러면서 사회복지 비용만 대폭 늘렸는데, 이것이 훗날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했고, 네덜란드는 1980년대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2000년대 광산 사업으로 큰돈을 번 호주도 농업, 제조업 등 기존의 기반 산업들이 모두 무너지는 심각한 양극화를 겪었다. 우리 역시 산업 불균형 해소에 실패했을 때 네덜란드나 호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경고다.
반도체 호황으로 각종 경제 지표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석유화학 등 다른 주요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논의를 서둘러 내수 시장에 활력을 돌게 할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제조’와 ‘서비스’ 두 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다수 만들어지게 된다.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3만90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014년 3만 달러 문턱을 넘은 뒤 13년째 4만 달러 시대로의 스텝업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은 이런 우리 경제가 4만 달러를 넘어 5만 달러 시대까지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도체 하나로는 불가능한 목표다. 다양한 산업 생태계에 온기를 불어넣을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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