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 나스닥 ‘역사적 데뷔’… 韓 자본시장 선진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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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기념 ‘오프닝 벨’ 울리는 최태원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장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밥 매쿠이 나스닥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최 회장, 고승범 사외이사(전 금융위원장), 유정준 부회장. 나스닥 영상 캡처

상장 기념 ‘오프닝 벨’ 울리는 최태원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장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밥 매쿠이 나스닥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최 회장, 고승범 사외이사(전 금융위원장), 유정준 부회장. 나스닥 영상 캡처
미국 증시의 문을 두드린 SK하이닉스가 10일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SK하이닉스의 주식예탁증서(ADR)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2.8% 급등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265억 달러(약 40조 원)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미국 증시 전체로도 스페이스X에 이은 두 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도 “인공지능(AI)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한 역사적 데뷔”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무대 등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997년 미 증시에 ADR을 상장해 전 세계 투자자의 자금을 흡수하며 기업 가치를 100배 끌어올린 대만 TSMC를 연상시킨다. 이번에 조달한 막대한 달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국내에 투자돼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달러 유입은 고환율로 신음하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약 199억 달러가 국내에 공급됐던 것을 뛰어넘는 ‘통화스와프급’ 달러 공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때 1560원 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1500원 안팎으로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공동화(空洞化) 우려도 간과할 순 없다. 한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달러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국내 증시의 매수 자금이 미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국에 상장된 주식을 팔고 미국 ADR을 사라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잇따라 미국행을 택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르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기회를 활용하고 위험을 줄이는 본질적인 해법은 한국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매력과 경쟁력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규제 철폐, 기업 지배구조 개선,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매진해야 한다. 제2, 제3의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제다. 기업과 투자자가 찾아오고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안방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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