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배우자를 향해 한 말을 보면 이렇게 수준 이하인가 싶다. 박 의원은 좌파 유튜브와 라디오 방송 등에서 “한 대행의 배우자가 화가로서 그림계의 큰손인데 무속에 너무 많이 심취해 있다”며 “김건희 여사, 대통령 장모와 무속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이 애들 말로 부인한테 끽소리도 못 한다”고까지 했다.
박 의원은 “구국 차원에서 양심에 따라 고발을 했다”고 했으나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 상대에 비판과 공격을 할 수 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사적 자리에서나 할 법한 얘기를 ‘구국’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대고 한 것은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인신공격, 명예훼손 감이다. 22대 국회 최연장자(82세)이며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5선 정치인 격에도 맞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는 이런저런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5월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여야 합의’를 요청하자 ‘개XX’ ‘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복당을 안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선 목포 출마 신경전을 벌인 손혜원 전 의원을 ‘개’로 표현했다. 국정원장 시절 기밀로 해야 할 동선을 공개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거국내각 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임기 연장과 재집권 음모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안한 사람이 “윤 대통령 측은 분명히 아니고 기업인 출신이며 대통령실과 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가 아무리 삭막해도 박 의원 같은 정치 원로만이라도 품격과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