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관세든 보편관세든 美와 FTA 맺은 韓이 가장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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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31 17:32 수정2025.03.31 17:32 지면A31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래전부터 예고해 온 국가별 상호관세 대신 20% 보편관세 부과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더 적극적인 관세정책’을 주문받은 트럼프 고위 참모들이 모든 나라에 같은 요율로 부과하는 보편관세로 기울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다. 트럼프도 상호관세와 관련한 질문에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호관세 개시일로 예정된 2일이 되면 “재미있는 나라별 숫자(관세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다가 갑작스레 보편관세를 들먹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 보편관세를 주장했지만 이후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부과하겠다”며 상호관세를 추진해 왔다. 다시 보편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어떤 안을 택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특정국 관세율이 불과 며칠 만에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 전개는 그 자체로 미국 관세정책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국가의 통상정책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이리 조변석개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상호관세와 보편관세 중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한국에는 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수차례 손봐줄 대상으로 한국을 시사했다. 엊그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무역고문이 나서서 “독일, 일본, 한국이 미국을 제조국에서 단순 조립국으로 전락시켰다”며 뺏긴 제조 역량을 되찾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동의하기 힘든 뒤집어씌우기다.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분업체제의 적응자이자 승자일 뿐인 나라들을 자의적 기준으로 위협하는 조폭식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 수혜국인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비합리적인 행보에 만반의 대비가 절실하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59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전 세계의 85%로 싱가포르(87%)에 이어 두 번째다. 한·미 FTA로 일부 농산물을 제외한 대부분 미국 상품의 관세율이 사실상 0%인데도 트럼프는 ‘한국 관세율이 미국의 4배’라고 엉뚱하게 비난했다. 잘못된 보복을 막기 위한 사전 노력은 물론이고 불합리한 결정 시 WTO 제소, 보복 조치 등 필요한 후속대책도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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