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중국산 저가 공세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공장 매각 및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동성 해소를 위해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하고, 사업 재편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로드맵도 수립한다.
석유화학은 한국 수출 품목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효자 산업이었지만, 최근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하며 범용품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 온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 국내 주요 화학업체 6곳의 올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3∼5년의 경기 사이클이 있어 ‘버티면 회복된다’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구조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만으로도 벅찬데 그동안 원유만 팔던 중동 산유국들까지 석유화학 산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에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한 중동 국가들은 향후 현재의 한국만큼 생산을 늘리는 것이 목표여서 공급 과잉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앞서 일본은 2010년대부터 합병, 설비 폐쇄, 용도 전환 등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론 부족하고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 상황에 발목 잡혀 주력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이번에 놓친다면 다음은 기약하기 어렵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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