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전소 전기 남아도는데, 기업은 비싼 요금 탓에 문 닫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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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31 17:32 수정2025.03.31 17:32 지면A31

국내 기업들이 산업용 전기료 부담으로 공장 가동을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특히 합금철·시멘트·레미콘 기업들은 제조원가 급증 부담에 업황 침체까지 겹쳐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적자 해소를 위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여섯 차례 산업용 전기료를 올렸다. 2021년 말 ㎾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76% 급등했다. 이 기간 109.2원에서 149.6원으로 37% 인상된 주택용보다 2배 더 올랐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부가 주택용은 동결하거나 찔끔 올린 반면 만만한 산업용을 집중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h당 요금으로, 계절·요일·시간별 할증까지 더하면 국내 1위 합금업체인 DB메탈의 전기료 부담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탓에 DB메탈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 회사의 생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더 저렴한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사거나, 공장 내에 발전소를 직접 짓기까지 하고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한전의 산업용 전기 대신 ㎾h당 30원가량 싼 전력 도매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사다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3만㎾ 이상 소비하는 대규모 고객이나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반 기업은 전력 도매시장에서는 물론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상 송전제약 발전사업자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신설’될 경우에만 개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DB메탈 공장이 있는 강원도의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등 석탄 화력발전소 사업자의 가동률은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발전을 해도 수도권 등 수요처로 전기를 나를 수 없어서다. 발전소 전기는 남아도는데, 기업은 비싼 요금 탓에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DB메탈 같은 기업이 기존 공장에도 전기를 직접 사다 쓸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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