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국가별로 에너지 전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핵심은 질 좋고 안정적인 전기에너지 확보다.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부응하면서 기후문제에도 대비하려면 탄소 중립의 원자력발전 확대가 필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그래서다. 5년간의 자해적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K원전’ 부흥에 나선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전력 산업의 이런 큰 변화가 기회이면서 위기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위시한 우리나라의 원전 연구 및 건설 역량은 국제적으로도 일정 수준에 달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본계약 체결 직전 지방법원 제지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긴 했지만 26조원 규모 체코 원전도 한국이 따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 모델이 각각 26, 24기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다음이 한국(4기)이다. 프랑스와 인도(3기) 일본(2기) 독일(1기)보다 앞섰다지만 갈 길이 멀다. 3세대 경수로 APR1400이라는 개량된 한국형 모델이 나와서 이만큼의 성과라도 낸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한수원이 한국형 대형 원자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섰다. 원전산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미국식 설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원자로 노형을 만드는 데는 개념 개발에만 1년 6개월 걸린다. 탈원전으로 전면 중단됐던 개발 사업이 6년 만에 대형 프로젝트로 재개된 게 고무적이다. 이후 개념설계 기본설계 표준설계 등 세부 단계의 마무리에 이전 같으면 총 10년이 걸리지만,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자승자박으로 허비한 탈원전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수원과 두산 등 관련 업계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K원전 르네상스’를 맞으려면 이들 기업만으로는 어렵다. 대형 원전을 한국형으로 독자 개발하는 데는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인내심도 필요하다. 정부의 적기 예산지원, 학계의 공동연구도 필요하다. ‘원전 팀코리아’가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완전한 자립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기술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 독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지만 중요하다. 매년 16기씩 늘어나는 글로벌 원전시장을 개척할 팀 코리아의 조기 개가를 기대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