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위협으로서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 대외전략의 우선순위를 차지해 왔다. 이번 지침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잠재적 대만 침공을 다른 어떤 잠재적 위협보다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유일한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나아가 이를 위해선 다른 지역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미국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 두겠다는 확고한 방향전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위전략 재설정이 곧바로 동맹에 대한 책임분담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하므로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다른 위협은 모두 해당 지역 동맹국들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을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하면서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지침서는 중국의 대만 공격 억제를 강조하면서 대만 정부에도 ‘방위비의 획기적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안보 책임 떠넘기기는 중국 견제의 최전선이 될 동아시아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 2기 인사들은 진작부터 북한의 대남 재래식 도발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한국의 대북 방어 전담론을 펴왔다. 이런 주장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부담 요구를 넘어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한때 ‘2개 이상의 전쟁’ 대비 능력을 과시하던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은 이제 없다. 그 대신 힘의 한계를 내세워 동맹에 사실상 ‘안보 독박’을 요구하는 이기적 제국이 왔다. 동맹관계라도 일방적으로 기대다간 그 의존이 치명적 급소로 바뀌고 마는 게 작금의 국제정치 현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동맹으로서 양국이 공유하는 상호 이익, 나아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는 한편으로 우리의 자강(自强)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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