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표방한 대한민국 공공 정보화사업 곳곳에서 소프트웨어(SW)가 폭등한 하드웨어(HW) 가격을 메우는 볼모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으로 서버 등 정보기술(IT) 장비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발주 기관이 부족한 도입 예산을 메우기 위해 중소 SW기업의 라이선스비와 개발비를 깎아내는 구태가 빚어지고 있다.
단순한 가격 협상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SW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SW 기반 AI경쟁력을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공공사업 예산은 통상 전년도 하반기에 확정된다. 최근처럼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시기에는 1년 전 책정된 장비 예산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일쑤다. '변경 불가' 예산 구조속에 사업비 증액이 불가능해지자,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중소 SW 기업에 그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게 만드는 구조다.
그동안 정부는 표준계약서 도입이나 상생 협력 권고 등 여러 대책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SW단가 후려치기가 횡행한다. 강제성 없는 권고안은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적 벽 앞에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은 그것대로 지키면서, 공공정보화 예산 집행·조정 구조를 바꾸는 근본 처방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리 전력시장처럼 발전연료비 연동제를 원용해 이른바 '공공정보화 장비가격 연동제' 같은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이 국제 석탄·가스 가격에 따라 오르내리듯, 공공 정보화사업 서버나 반도체 등 핵심 HW 가격 변동률이 일정 범위를 넘어설 경우 이를 국가 예산에서 보전해주거나 공공기관 예비비 등으로 지출할 수 있는 개념이다.
어쨌든 정부나 공공에서 떠안아야 할 HW 가격 변동 리스크를 민간, 그것도 가장 약한 고리인 SW기업에 전가하는 현 구조는 정의롭지 않다. 장기가격 연동제가 도입된다면, 발주기관은 HW 가격 상승분을 별도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어 SW 비용을 깎아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도 더 이상 시장 자체 자정 기능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다. 해외 대형 SW기업은 시장 장악력과 사업 지속성을 내세워 단가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SW를 HW 비용을 메우는 용도로만 취급한다면 K-SW의 자생력은 물론 나아가 AI경쟁력 기반까지 흔들린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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