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과거에도 상임위 배분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첫 법안 처리부터 서로 극한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 첫 법안은 이견이 적은 것을 올려 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 통례였다. 하지만 21대 국회부터는 첫 법안부터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며 강행과 거부라는 파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여야는 51일째 공전 중인 상임위를 정상화할 해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11곳 위원장 자리를 선점했고, 이후엔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복귀하지 않으면 나머지 7곳까지 다 독식하겠다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일정의 전면 보이콧을 고수하면서 맞서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임위의 법안 심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빠진 반쪽 상임위가 됐고,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은 7개 상임위는 아예 회의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다. 뒤로 밀리는 건 결국 경제·민생 법안들이다. 민주당이 위원장인 정무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 등의 심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 법안을 다뤄야 할 산자위, 지역 균형 발전 관련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토위는 위원장이 없다.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가 마냥 늦어지면 인공지능(AI) 시대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 산업을 살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할 입법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할 판에 여야는 상임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여야는 국민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싸움’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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