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맛’까지 배운 제조 특화 AI 로봇…카본식스, 제조 혁명 이끈다 [테크챗]

2 hours ago 4
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로봇 손이 움직이더니 얇은 필름을 벗겨낸다. 사람 손으로도 하기 힘든 작업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냉동 만두를 터지지 않게 집어 용기로 옮긴다. 》

왼쪽부터 김종관 카본식스 부대표,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 장민홍 카본식스 파트너. 카본식스 제공

왼쪽부터 김종관 카본식스 부대표,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 장민홍 카본식스 파트너. 카본식스 제공

로봇의 손은 로봇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 중에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이 대체로 세밀한 작업인데다 너비 대비 많은 관절과 자유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피지컬 AI 기업 카본식스가 개발한 ‘시그마키트’는 이런 정교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솔루션 제품이다.

●로봇 전문가 없이도 한 시간만에 로봇 데이터 추출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 김종관 카본식스 부대표, 장민홍 카본식스 파트너는 입을 모아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피지컬 AI 경쟁력이 이미 높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조업 기반을 강조하는 이유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심각한 병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작업들은 그야말로 비정형 데이터”라며 “제조 현장에서 숙련 작업자의 손동작이나 기계의 미세한 움직임, 센서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가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거대한 자원”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제조 AI 데이터는 ‘디지털 희토류’로 불리기도 한다. 제조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지만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피지컬 AI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비교적 많은 상황이다.

카본식스가 개발한 ‘시그마키트’는 정교한 로봇 손(하드웨어)과 이를 학습하고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제조 특화 AI 솔루션이다. 김 부대표는 “AI에 대한 지식이 크게 없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카본식스가 개발한 제조 특화 AI 솔루션 ‘시그마키트’의 로봇 손이 태림산업의 창원 공장에서 차량용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카본식스 제공

카본식스가 개발한 제조 특화 AI 솔루션 ‘시그마키트’의 로봇 손이 태림산업의 창원 공장에서 차량용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카본식스 제공

시그마키트는 제조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문가 부족’과 ‘느린 자동화 속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로봇 자동화는 로봇 전문가들이 몇 주간 현장에 상주하며 복잡한 코딩과 행동 데이터를 입력해야 했지만, 시그마키트는 로봇 전문가 없이도 단 한 시간 만에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사람이 로봇 손을 직접 착용하고 평소하던 작업을 그대로 수행하면, 미세한 움직임과 작업자의 ‘손맛’까지 그대로 흡수해 로봇이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로 전환한다. 장 파트너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만으로는 로봇이 세밀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며 “실제 사람의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이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약 하루간의 학습을 거쳐 즉시 공정에 배치될 수 있는 숙련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피지컬 AI 업계의 ‘테슬라’ 꿈꾼다
카본식스의 사업 전략은 테슬라의 방식과 유사하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전기차를 보급했듯이, 카본식스 역시 고객에게 즉각적인 자동화 효용을 주는 ‘시그마키트’를 먼저 공급해 양질의 데이터를 얻는다는 전략이다.

고객사는 시그마키트를 통해 비닐을 벗기거나 케이블을 체결하는 등 까다로운 비정형 공정을 자동화하고, 카본식스를 어디에서도 얻기 어려운 ‘디지털 희토류’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다시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로 이어진다. 즉 ‘도구 사용 → 데이터 축적 → 모델 개선 → 더 나은 도구 제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전략 덕분에 카본식스는 이미 10곳 이상의 현장에서 실제 매출을 발생시키며 사업성을 검증받았다.

왼쪽부터 장민홍 카본식스 파트너,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 .김종관 카본식스 부대표. 카본식스 제공

왼쪽부터 장민홍 카본식스 파트너,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 .김종관 카본식스 부대표. 카본식스 제공

카본식스는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DSC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4000만 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문 대표는 “벤처캐피탈(VC)들이 카본식스가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제조 현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 좋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했다.

카본식스의 또 다른 투자 경쟁력은 인재 구성이다. 문 대표와 김 부대표는 앞서 미국 코크넥스에 약 2300억 원에 매각한 수아랩에서 함께 몸담았던 사이다. 문 대표는 공동창업자, 김 부대표의 수아랩의 전략 담당이었다. 수아랩 매각은 당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 중 최대 규모였다. 장 파트너는 국내 AI 영상 스타트업 루닛의 공동창업자로, 회사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창업의 경험이 있는 셈이다. 장 파트너는 창업 계기에 대해 “거시적으로 기술이나 자본이 흐르는 곳에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피지컬 AI가 그 흐름에 맞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부대표는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세계 최고의 제조업 인프라가 차로 4시간 거리 내에 밀집되어 있어 피지컬 AI를 성장시키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카본식스는 이런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엔지니어 풀을 활용해 한국을 넘어 미국, 대만,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표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제조 현장에서 바로 적용되어 고객의 성과로 연결되는 로봇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테크챗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횡설수설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집과법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