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아이에게 버럭했다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1 day ago 8

〈243〉 수치심에 분노하는 부모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빠가 아이를 박물관에 데려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지하철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아빠는 지하철 기둥에 기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꾸 아빠를 쳐다보는 것 같다. 아빠는 조금 큰 소리로 “야, 다쳐. 가만히 좀 있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결국 한 할머니가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순간 아빠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야, 너 아빠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지하철 객실 안에 가득 퍼졌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 아이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로 보이는 듯해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은 화를 부르고, 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아이를 다그치거나 배우자 혹은 주변 사람과 언쟁을 벌일 수 있다. 뭐가 됐든 갈수록 수치심은 커진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본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났더라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욱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국 자기 통제를 못 한 것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 하나 제대로 통제 못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에 더해 ‘자기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까지 받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고, 부모가 느끼는 수치심은 더욱 커진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욱하게 되는 부모들도 처음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몇 번이나 주의를 줘도 아이가 제어되지 않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진다. 민망하고, 부끄럽고, 억울하다. 결국 수치심이 분노로 바뀌면서 ‘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꼴’을 보이고 마는 것이다.

시작은 내가 속상했고, 미안했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런데 누군가 거기에 불을 지른다. “아, 애 좀 잘 봐요.” 그러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뭘 그렇게 난리야?”라고 받아치고 마는 것이다.

부부가 같이 외출한 상황에서는 부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싸우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왜 아이를 통제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평소에 애를 이 모양으로 가르쳤니?” 결국 아이의 행동을 두고 부부가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엄마 아빠의 싸움이 시작되면 아이도 당황스럽다.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했는데, 그 외출이 기분 나쁘고 싫었던 기억으로 남고 만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는 집에서보다 훨씬 더 예민해진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과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부모들은 무척 힘들다. 아이를 더 빨리 통제하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니 욱해서 아이를 거칠게 잡아끌거나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적으로 대하게 된다. 아이를 빨리 통제하고, 문제 행동을 빨리 없애려고 할 때 부모는 욱한다. 그러고 나서 대부분은 곧 후회한다. 자신도 그 행동이 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 나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감정을 인식했다면, 그 감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아이를 데리고 빨리 사람 없는 곳으로 간다. 아무도 없는 곳이나 자동차 안 등이 좋다. 그곳에서 아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린 후,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가르친다.

앞선 사례의 아빠도 아이가 지하철 안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시작할 때, 아이 손을 잡고 자신의 곁으로 데려와 분명한 지침을 주어야 한다. 그래도 아이를 제어할 수 없다면 아이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서 잠시 내려야 한다. 타일러도 아이가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박물관 관람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어른에 비해 아이에게 훨씬 관대하다. 같은 잘못이라도 아이는 이해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해해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지, 당연히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아이도 그 나이에 맞는 규칙과 질서를 배워야 한다. 특히 공공장소에는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는 늘 아이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어야 한다. 통제가 어려울 때는 아이를 데리고 그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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