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매체 베르덴스강
AI 애니메이션으로 다큐 제작
저널리즘 신뢰성 유지하면서
더 호소력 있는 콘텐츠 전달
NYT도 생성형 AI 광고 도입
최적의 독자 파악 맞춤형 홍보
언론사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때 기존 뉴스 콘텐츠를 상품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관점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디어 정책 리포트 '해외 언론의 생성AI 활용 사례와 시사점'에서 해외 언론사의 다양한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의 등장 이후 최근 언론사의 데이터 분석, 기사 생성, 광고 등 업무 전 영역에서 생성형AI가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쓴 기사를 자동으로 요약해주는 기능 등은 매일경제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상용화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 매체에선 자사 뉴스와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로 삼아 AI 검색 서비스를 개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챗봇 '애스크(ASK) FT'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FT가 수십 년간 발행해온 정보에만 기반을 두고 답변해준다. 영국 가디언도 이와 유사한 'Ask the Guardian'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출처가 명확하고 검증된 자료로 신뢰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텍스트 외에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 양식도 활용된다. 로이터는 자사가 보유한 텍스트 기사뿐 아니라 60만여 개의 영상과 2300만여 장의 이미지, 1만장 넘는 그래픽을 한데 모아 플랫폼 '로이터 커넥트'를 선보였다. AI로 영상, 음성 속 정보를 식별하고 태그를 달면서 검색이 가능해졌다. 리포트에 따르면 로이터는 이 같은 '멀티 모달' AI를 자체 개발하고 수많은 영상·이미지의 내용을 분석했다.
생성형AI는 기자들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독자의 경험도 다각화한다. 노르웨이 매체 베르덴스강(VG)은 실화 다큐멘터리 시리즈 '노르웨이의 범죄자들'에서 오래된 사건을 묘사할 때 재연 배우가 아닌 AI 애니메이션으로 사건 장면을 설명했다. 미국의 뉴미디어 '세마포(Semafor)'에서 만드는 '위트니스(Witness)' 시리즈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목격자의 생생한 증언을 보완하기 위해 AI 애니메이션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준다. 오 책임연구원은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에게 더 소구력 있는 콘텐츠를 전달한다"고 평했다.
기사 너머의 체험을 돕는 새로운 활용법도 눈에 띈다. 파라과이의 디지털 미디어 '수르티(El Surti)'는 스토리텔링 기사 속 주인공과 독자가 가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 '에바(EVA)'를 만들었다. 에바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마약 밀매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다가 지금은 여덟 살 아들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 중인 28세 실존 여성이다. 수르티는 2022~2024년 에바를 비롯한 수감 여성들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챗봇을 구성했다. 독자는 챗봇을 통해 수감자의 경험을 듣고, 남성 중심적 교도소 환경이나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생긴다.
신문사 광고 효율을 높이는 AI 모델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의 '브랜드매치'는 생성형AI로 광고 캠페인에 맞는 최적의 독자층을 찾아준다고 홍보한다. 광고 기획서를 분석해 광고 내용과 잘 맞는 기사를 찾아주고, 해당 기사들을 자주 읽는 독자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 페라가모가 이 도구를 활용해 진행한 2024년 여름 컬렉션 광고는 클릭률이 0.81%에 달해 일반 광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오 책임연구원은 사례 분석 결과 "우리나라 언론사와 해외 언론사들 사이에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적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면서도 "콘텐츠와 뉴스라는 상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직적 변화, 자본과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