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틀·세숫대야에 남은 40년…소록도 두 간호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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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는 마가렛의 삶 자체였습니다. 귀국 뒤 요양원에 있을 때도 소록도 얘기를 좋아했죠. 자신이 간호에 쓴 물건들이 한국에서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걸 그녀가 알았다면…. 아주 차분하고 절제됐지만 다정하게 화답했을 겁니다.”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1935~2023)의 남동생 노베르트 씨(85)는 세상을 떠난 누나를 대신해 1일 동아일보에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가유산청은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스퇴거(92)의 치료·간병 도구들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지난달 관련 증서를 사단법인 ‘마리안느와마가렛’이 마리안느, 마가렛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 도구’란 명칭으로 선정된 물품에는 빵틀과 분유통이 포함됐다. 두 여사는 환자들의 생일에 고향의 축하용 빵인 ‘구겔호프(Gugelhopf)’를 구웠다. 가운데가 뻥 뚫린 모양에 환자들은 ‘요강 빵’이라고도 불렀다. 김연준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사업추진위원장에 따르면 마리안느는 지난달 증서를 받은 뒤 “함께 생일을 축하하고자 초를 꽂을 수 있는 구겔호프를 만들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큰 사랑과 감사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독일제인 빵틀은 양옆에 다소 엉성한 손잡이가 달린 모양새다. 이는 구겔호프를 자주, 많이 구워야 했던 두 여사가 사용 편의를 위해 별도 부착한 것. 유산청 근현대유산과는 “당시 한센인 거주지와 병원 관사가 철저히 분리돼 있음에도, 두 여사는 환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구겔호프를 잘라 먹으며 생일을 기념했다”고 설명했다.

세숫대야와 손톱깎이, 주사기 등 치료와 간병에 쓰인 도구 68점도 보존해야 할 예비문화유산. 마리안느, 마가렛의 이름 첫 글자를 따 ‘M치료실’로 불리던 아동치료실에서 주로 사용됐다.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성기영 저)에 따르면 두 여사는 매일 아침 일찍 주전자로 분유를 끓여 병동을 돌았고, 한센인의 손과 발을 세숫대야에 불린 뒤 손발톱을 깎아 주곤 했다. 유산청은 “열악한 의료 환경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환자를 존엄한 존재로 대한, 인권 중심 간병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선정된 물품들은 고흥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 등에서 보존 및 관리되며, 10월 비엔나 한국문화원과 인스부르크 가톨릭부인회 등에서 복제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예비문화유산은 만들어진 지 50년이 안 된 문화유산 중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관리하는 제도로, 지난해 처음 10건이 일괄 선정됐다. 올 연말경 두 번째 목록이 발표될 전망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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