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내부 심의기구의 '신속 처리' 권고를 받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끈 것으로 드러났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진 뒤에야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넘겼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23일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고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속한 사건 처리를 지시하도록 의결했다. 이 전 이사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상태였다.
한 시민은 2024년 7월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을 어겼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하지만 수사가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하자 고발인은 경찰의 수사 절차를 외부 전문가가 들여다보는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수사심의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마련된 경찰 내부 통제 장치다. 변호사·법학자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해 수사 과정이나 결과가 공정했는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결정에 강제력은 없지만 경찰이 별다른 이유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렵다.
수사심의위는 당시 사건 관계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속도감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발인 신청을 받아들이고 서울청이 종로서에 신속 처리를 지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종로서는 이후에도 별도 처분을 내리지 않은 채 약 9개월을 보냈다.
경찰이 움직인 것은 최근이다. 종로서는 지난 1일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산하 금융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홍 전 감독 선임과 관련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한 결과"라고 공개 비판하는 등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커진 뒤 이뤄진 조치였다.
수사가 지체되는 동안 사건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같은 쟁점을 다룬 행정법원 1심 판단이 먼저 나왔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은 사의를 밝혔다.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효성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빠른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 부서는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1년 4개월 동안 수사하면서 방 의장을 5차례 불러 조사했다. 다만 두 차례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반려되거나 기각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도 신중한 수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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