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극 축제 이끄는 3인방
첫 관객위한 '1번출구 연극제'
"연극은 재미" 관람문턱 낮춰
원로 연극인 작품 무대 올리고
16개 시도 색깔 한자리서 펼쳐
"무대는 인류가 생겼을 때부터 있었어요. 제사장이 있던 그 자리에 늘 무대가 있었고, 늘 누군가 그곳을 찾아왔죠.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무대가 있으니까 찾아오고 무대가 있으니까 배우는 거예요."
배우 최덕문은 연극과 인간을 필연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빠르고 감각적인 시대에 느린 걸음으로 걷는, 그러나 더 큰 감동을 전하는 연극. 올여름 그 연극의 맛을 알게 해줄 다양한 성격의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지역과 세대의 경계를 가로질러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빛깔로 관객을 기다리는 무대들이다. '1번출구 연극제' '늘푸른 연극제'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등 '아르코 썸 페스타'로 묶인 세 연극제 알리기에 나선 배우들과 연출가를 최근 서울 혜화동 예술가의 집 라운지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빌런 선생 천상열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덕문은 1번출구 연극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연극은 무엇보다 재미"라고 잘라 말했다. 1번출구 연극제는 연극을 어렵게 느끼는 관객에게 '첫 연극' 관람의 즐거움을 주고자 기획된 축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 본 공연이 끝나고 '연극이 이런 재미가 있네' 싶으면 그 관객은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고 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축제의 출품작 60여 편 가운데 6편을 골랐는데, 그 과정이 치열했다.
최덕문은 "60여 편 중에 6편을 골랐으니 심사위원들이 정말 '박 터지게' 회의를 했다. 얼마나 재밌는 작품들이 선정됐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연극이 결코 가벼운 연극은 아니라며 고른 작품 안에 블랙코미디도, 전쟁과 권력을 다룬 작품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 빠르고 감각적인 재미보다 훨씬 아날로그적이지만 더 큰 감동이 있는 것이 무대"라고 했다.
늘푸른연극제의 연출가 윤광진은 나이로 원로와 젊은 연극을 갈라놓는 방식에 대한 불만부터 토로하고 나섰다. 그는 "나이 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연극적인 토양이 있는데, 그 토양 위에서 새로운 꽃도 피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너무 분리돼 서로 교류가 없다"고 짚었다.
70세 이상 원로 연극인의 작업을 오늘의 무대에 다시 올리는 이 축제에서 그는 자신의 대표작 '황금용'을 오는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다시 선보인다.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독일 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희곡이다. 유럽의 한 아시아 식당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윤광진은 이 작품이 13년 전보다 지금의 현실에 더 들어맞는다고 봤다.
그는 "이 작품에는 우리에게 좀 불편한 메시지들이 있다"며 "그런 것을 과감하게 더 드러내 관객이 우리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재공연에 힘을 실은 것도 형식과 메시지 두 가지다. 그는 "5명의 배우가 17개 역할을 맡아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빠르게 바뀌고, 그런 장면이 90분간 48개 이어지는 다이내믹한 연극"이라며 "과거에 미숙했던 그 형식을 이번엔 제대로 만들어 작품이 가진 의미가 더 잘 전달되게 하려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홍보위원장인 고인범은 지역 연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에서 자리를 지킨 토박이 부산 연극인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획 공연과 비교하면 우리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마당놀이는 경상도 말로, 전라도 말로 써야 구수한 것처럼 지역에 맞는 언어와 정서로만 담아낼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서울 말을 못 쓴다. 그래도 40년을 지역의 언어로 연기해왔다"며 "서울말로 옮기면 그 맛이 안 난다"고 했다.
1회 때는 예선에 들지 못해 지켜보기만 했고 두 번째인 1997년에서야 주인공으로 연극제 무대에 섰다는 그에게 홍보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특히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83년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연극제는 1997년과 2010년을 거쳐 이번이 네 번째 부산 개최다. 그는 "16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데, 시작한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거라 홈커밍데이 같다"고 했다. 이어 "딱 1회 때 포스터만 내가 안 갖고 있고 나머지는 다 갖고 있더라"며 44년을 부산과 함께한 토박이 연극인다운 회고를 풀어놓았다. 그는 16개 시도의 색깔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며 "관객이 와서 봐주는 게 좋은 연극으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축제에서는 16개 시도 대표가 저마다 제 지역의 이야기를 무대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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