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국 만들고 유령이 된 남자…재산 150조 ‘사토시’는 어디에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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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제국 만들고 유령이 된 남자…재산 150조 ‘사토시’는 어디에 [Book]

입력 : 2026.04.19 05:56

나카모토 15년 추적한 저자
머스크·애덤 백 등 주요 선상
끈질 탐색에도 미궁에 빠져

비트코인 110만개 쥔 창시자
정체 밝혀지면 코인시장 격변

202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세워진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동상.

202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세워진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동상.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추적하는 책이다. 나카모토란 이름에 익숙한 독자라면 ‘찾았다고?’라며 눈을 번쩍 뜰 테고, 그의 이름이 낯선 독자라면 ‘뉘신지…’라며 심드렁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저자도 나카모토를 못 찾았다. 무려 15년을 쫓아다녔음에도.

비트코인 110만개를 보유했고 재산이 150조원으로 추정되지만 단 한 번도 비트코인을 인출한 적이 없고, 국적 및 성별과 나이 등 모든 사생활이 베일에 싸인 나카모토의 정체는 21세기 최대 미스터리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신간 ‘미스터 나카모토’ 속으로 들어가보자.

때는 2011년, 나카모토가 사라진 직후였다. 저자는 미국 유명 매체 ‘와이어드’의 의뢰로 비트코인 특집기사를 썼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가면을 벗기만 하면 찬사와 부를 독점할 텐데 나카모토는 침묵과 은둔의 골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가 밝혀지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300년 만에 증명되는 마당에 나카모토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탐사보도 기자들도 “나카모토 추적은 불가능한 임무”라며 손을 털고 떠나던 그 시점에, 저자는 나카모토의 신원을 밝히겠다는 일념을 품는다.

나카모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사힐이란 인물을 만났다. 사힐은 스페이스X에서 일했고 “사토시 나카모토는 일론 머스크”라고 확신했다. ‘승수(order of magnitude)’나 ‘매우(bloody)’란 단어를 즐겨 쓴다는 점, C++로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점, 경제학과 암호학에 해박하다는 점, 글을 쓸 때 마침표 뒤에 ‘두 칸’을 띄우는 습관까지 머스크와 나카모토는 닮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2008년은 머스크가 팰컨 발사 실패, 이혼, 심지어 파산 직전이어서 “인생 최악의 해”라고 회고하는 시기였다. 하필 그때 머스크가 비트코인까지 만들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심지어 머스크는 한 번도 겸손했던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다른 프로젝트엔 죄다 자기 이름을 걸면서 나카모토란 사실만 숨긴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저자가 나카모토로 의심한 인물은 암호학자 웨이 다이였다. 웨이가 1998년 쓴 ‘b-머니’란 개념은 비트코인에 구현된 요소가 결합된 형태였다. 저자는 그에게 뜬금없이 메일을 보낸다. “당신이 나카모토죠?” 답신은 이랬다. “사라지기 전의 나카모토는 제가 쓴 ‘b-머니’ 글도 누가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다고 하던데요….”

다음 타깃은 닉 사보. 그가 1998년 주장했던 ‘비트골드’는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디지털화폐 개념, 심지어 ‘채굴’ 개념까지 포함돼 있었다. 저자가 보기에 비트코인은 비트골드의 구현이었다. 그러나 사보의 대답도 웨이와 다르지 않았다. “나카모토는 세계에 엄청난 기여를 한 인물이에요. 그 보답으로 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싶네요.”

다음 시선은 그 유명한 할 피니였다. 언제나 퍼즐을 좋아했고, 벼락치기로도 최고의 성적을 받아냈던 수재 중의 수재. 하지만 저자가 파니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그는 투병 중이었다. 파니가 눈동자로 타이핑해 저자에게 보낸 메일의 답변은 이러했다. “앞으로 살날도 얼마 안 남은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또 제 정체를 밝혀도 잃을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카모토의 ‘창작물’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려면 정체를 밝히지 않아야죠.”

지금까지 거론된 나카모토 추정자는 100명이 넘는다. 위에서 토막글처럼 다룬 인물은 저자가 의심했던 ‘용의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저자는 최근 나카모토로 추정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던 애덤 백 블록스트림 수장과 마주치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사보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는 진실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진지했으며, 자신을 극단까지 몰아가는 집념과 몰입의 대목에선 탄성을 자아낸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비화도 흥미롭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콘퍼런스 티켓 가격은 26달러, 비트코인 결제만 가능했다. 저자는 일단 ‘200달러어치’만 사면서 생각했다. “보이지도 않고 당장 쓸 데도 없는 코인 하나를 ‘14달러’나 주고 산다는 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결제하려고 보니 1코인당 가격이 ‘11달러’로 떨어져 있었다. 저자는 표정을 찡그린다. “이런 게 미래의 돈이라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엔 나카모토를 형상화한 ‘후드를 쓴 청동 흉상’이 세워져 있고,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 개빈 안드레센은 1코인당 0.5센트였던 비트코인을 50달러에 ‘1만개’ 구매해 무료로 배포했으며, 웹사이트 ‘비트코인 오비추어리(obituary·부고 기사란 뜻)’엔 비트코인의 몰락을 성급하게 단정한 기사 400여 개가 게재돼 있다는 점도 책에 다뤄진다.

비트코인에 손을 댔던 이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나카모토는 살아 있어선 곤란한 사람이다. 좀 비정해 보이겠지만 그는 사망했거나 증발한 상태가 비트코인 생태계에 가장 완벽한 상태다. 그의 생존은 그가 언젠가 비트코인을 매도하리란 걸 의미하고, 이는 비트코인 공급 폭탄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발행 총량 2100만개 중 5%를 가진 인간이 ‘짠’ 하고 나타나면 이 세계는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나카모토를 궁금해한다. 이 책은 결국 ‘실패담’으로 끝나지만, 단지 ‘실패의 후일담’으로만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나의 진실을 포착하기 위해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나카모토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던 애덤 백 블록스트림 CEO와 저자가 마주치는 장면에선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백은 보도를 전면 부정했지만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저자 역시 진실 게임을 끝내지 않을 것만 같다. 원제 ‘The Mysterious Mr. Nakamoto.’

사진설명

벤저민 월리스 지음, 이재득 옮김, 북플레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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