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가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검은 수트에 단정한 헤어스타일, 진중한 분위기. 전 세계 Z세대를 사로잡은 카운터테너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35·사진)는 분명 그 틀 밖에 있다. 오페라 스타로 비보잉을 즐기는 청년. 무대 위 조명이 켜지면 350년 전 바로크 악보를 깨워 영혼을 울리는 가성(假聲)을 들려준다. 그를 지난 5일 통영에서 만났다.
오를린스키는 2026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음악가로 한국을 찾았다. 파리 2024 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섰던 그를, 진은숙 예술감독이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축제 현장까지 직접 찾아가 섭외했다. 진은숙 감독은 그를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성악가”라고 극찬했으며, 4일 통영 리사이틀에서 4번의 앙코르가 이어지는 내내 객석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이번 축제에서 바로크 콘서트, 오케스트라 협연, 피아노 리사이틀까지 세 가지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 그는 통영 관객에 대한 인상도 각별히 남겼다. 그는 “공연 중 흐르는 그 정적은 황홀할 정도였다”며 특히 10대·20대 젊은 관객이 많아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전 세계 Z세대 팬을 거느린 오페라 스타지만, 사실 그는 10대 때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았다. 12살에 처음 찾은 오페라 극장에서 질려버렸던 그를 다시 불러들인 건 바로크 음악이었다. 변성기 이후 팔세토(가성)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목소리임을 깨달으며 카운터테너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하루 14시간씩 테크닉을 연마했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먼지 쌓인 고악보를 발굴해 세계 최초로 연주하는 작업에 천착하고 있다.
또 다른 정체성은 브레이크댄스다. 18살에 만난 스트리트 문화는 그에게 자유로운 표현의 해방구였다. 그는 “비보잉의 신체 훈련이 호흡과 근육 통제력을 길러줘 무대 위 노래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했다. 통영 앙코르 무대에서도 몸을 거꾸로 세우는 동작으로 객석을 열광시켰다.
이날 공연은 6월까지 이어지는 세계 투어의 시작점이었다. 일본·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의 종착점은 클래식 음악사에 남을 한 장면이다. 오는 6월 7일, 1778년 개관 이래 250여 년간 오페라의 성지로 군림해온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제가 알기로 카운터테너로 라 스칼라 역사상 첫 리사이틀입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죠. 감사한 일입니다.(웃음)”
통영=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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