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SCMP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가수 비의 콘서트는 공연 도중 벌어진 한 장면으로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관객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며 즐기자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순간, 비는 무대를 촬영만 하고 있던 한 여성 팬을 바라봤다. 그는 한국어로 “왜 춤을 추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말은 현장 통역을 거쳐 중국어로 전달됐다. 팬은 자신의 귀를 가리키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 의미는 무대 위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오간 이 장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고, 공연이 끝난 뒤에야 어긋남의 이유가 드러났다. 해당 팬은 청각 장애인이었고, 비는 공연 도중 그 사실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팬이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일이 알려졌고, 비는 중국어로 사과 댓글을 남겼다. 사과로 상황은 정리되는 모양새였지만, 질문 하나는 남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연이 전해진 뒤 비를 향한 비판은 빠르게 형성됐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일방적인 반응을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를 줄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무대 위에 선 사람의 말과 제스처는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장애와 관련된 상황에서는 그 여파가 더 크게 남는다. “몰랐다”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편함을 느낀 시선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장면을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책임을 가수 개인에게만 단순하게 돌리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공연장은 수만 명의 관객이 모인 공간이고, 아티스트는 통역을 거쳐 반응을 전달받는 구조에 놓여 있다. 무대 위에서 특정 관객의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비가 본 것은 춤추지 않는 관객이었고, 그 이유가 청각 장애라는 사실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팬 역시 의도적으로 반응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들을 수 없었고, 통역된 말도 이해하지 못했다. 비의 손짓과 발 구르기 또한 춤을 추라는 요청이 아니라 노래를 더 크게 부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장면에서 생긴 오해는 누군가의 무례라기보다, 공연이라는 환경에서 발생한 소통의 공백에 가깝다. 다만 그 공백이 불편함으로 남았다는 점까지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대응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비는 상황을 둘러싼 설명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 “알지 못해 죄송하다”, “배려가 부족했고 생각이 짧았다”는 말을 남겼고, 앞으로 공연에서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해외 팬에게 중국어로 직접 사과한 선택 역시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사실도 있다. 비는 해당 팬을 공개적으로 꾸짖거나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반복된 제스처가 결과적으로 오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의도까지 차별이나 무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즉흥적인 소통이 반복되는 공연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언어와 문화, 신체 조건이 다른 관객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 커진다. 공연장의 접근성과 배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비를 위한 변명’이다. 잘못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을 한 사람의 실수로만 소비하기에는 남는 질문이 많다. 공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그 공간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책임은 아티스트 혼자에게만 놓여 있지 않다. 사연을 확인한 뒤 사과로 응답한 선택 역시, 이 일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고, 누군가는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장면을 단죄로만 남기기보다, 왜 이런 어긋남이 생겼는지를 돌아보는 쪽이 다음 공연을 조금 더 나은 자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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