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인가 희극인가 …'갈매기'의 무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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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인가 희극인가 …'갈매기'의 무한 변주

국립극단·창파·맨씨어터
올여름 체호프 명작 올려
원작 충실 vs 과감한 해체
3色 작품 해석으로 눈길
"열린 결말이 생명력 비결"

충북도립극단의 2025년 '갈매기' 공연 사진. 2층으로 구성된 무대가 특징이다. 충북도립극단

충북도립극단의 2025년 '갈매기' 공연 사진. 2층으로 구성된 무대가 특징이다. 충북도립극단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어. 희곡을 써서는 안 된다는." 18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갈매기' 초연이 냉담한 반응 속에 막을 내린 뒤 의기소침해진 안톤 체호프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작가에게 절필을 다짐하게 했던 작품은 그러나 2년 뒤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부활해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으로 이어지는 4대 장막극의 문을 열었고, 극장은 휘장에 갈매기를 새겨 그 순간을 기념했다. 그리고 130년이 지난 올여름 서울의 세 무대가 이 불사(不死)의 텍스트를 다시 쏘아 올린다.

'갈매기'는 러시아 시골 호숫가 영지를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 뜨레플레프, 유명 여배우인 그의 어머니 아르카지나, 그녀의 연인인 소설가 뜨리고린, 그리고 배우를 꿈꾸다 뜨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니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젊음과 첫사랑, 모자 관계까지 겹겹이 쌓인 이야기는 지난해 '헤다 가블러', 올 상반기 '바냐 삼촌'과 '반야 아재'에 이어 또 한 번 동일 원작 동시기 상연의 무대가 됐다.

포문은 극단 창파가 연다. 1995년 채승훈 연출을 중심으로 창단된 창파는 '창조를 위한 파괴'에서 이름을 딴 극단으로, 하이너 뮐러의 '햄릿머신'부터 지난해 '오이디푸스 X'까지 고전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실험극 작업을 이어왔다.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초연되는 '불굴의 니나'도 그 연장선에 있다. 원작 갈매기의 등장인물 니나와 뜨레플레프 등의 인물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니나는 작가가 되고, 뜨레플레프는 니나의 아버지로 등장해 딸의 연극을 부정한다. 이 둘의 대립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극단 창파 관계자는 "우리가 새로운 것이라고 내놓는 게 정말 새로운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라며 "새로운 것과 영감을 기다리면서도 정해진 시간 안에 공연을 올려야 하는 예술가의 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 '갈매기'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갈매기'를 알면 더 재밌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국립극단은 충북도립극단과 손잡고 오는 24일부터 8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갈매기'를 올린다. 세 무대 중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1493석 규모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객석점유율 81%를 기록한 바 있다. 작품은 독특한 무대가 특징이다. 위아래 두 층으로 나뉜 무대는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심리적 거리를 물리적 높낮이로 드러낸다.

가장 큰 화제작은 8월 9일부터 31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다. 체호프는 생전에 '갈매기'를 두고 '4막의 코미디'라 명시한 바 있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인물이 등장함에도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비극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맨씨어터의 2011년 초연은 바로 이 작가의 자평에서 출발했다. 실험적인 무대 위에서 비극적 장면마다 왈츠와 색소폰 연주를 삽입하고 뜨레플레프의 죽음을 전언이 아닌 눈앞에서 보여준 파격으로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15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는 김정 연출이 새로 지휘하며, 배우 전미도가 2018년 '오슬로' 이후 8년 만의 연극 복귀작으로 15년 전과 같은 니나 역을 맡는다.

동일 원작의 반복 상연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작품의 '열린 결말'을 꼽았다. 작품에서 뜨레플레프는 죽음에 이르고 니나는 삼류 배우로 전락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겠다며 무대를 떠난다. 작품은 그렇게 열린 채로 끝난다. 김 교수는 "그 열린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라며 "모든 관객과 배우, 연출가가 그때마다 다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체호프의 극은 던지고 있다. 희극으로 볼 것이냐 비극으로 볼 것이냐, 파멸로 볼 것이냐 여전한 희망으로 볼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이라고 했다.

[구정근 기자]

게임과 결제, 클라우드 및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IT 서비스 기업입니다.
자회사 NHN링크가 운영하는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극단 맨씨어터의 연극 '갈매기' 공연을 개최하며 공연 예매 플랫폼을 통해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콘텐츠 사업을 결합해 운영 역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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